부동산 부동산일반

"돈된다" 너도나도 뛰어들더니… 비즈니스호텔 공급 위험수위

2010년이후 인허가물량 완공따라 서울 올해 공급이 수요 넘어서는데 외교갈등·엔저로 日관광객은 줄어<br>특정국 치중 구조적 문제 해결하고 정확한 수요예측 시스템 마련 시급




장기화된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개발업계의 유일한 '핫(Hot)' 아이템이었던 비즈니스호텔이 무분별한 공급 탓에 최근 들어 공급 과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센 한류 바람을 타고 밀려들어온 외국인관광객으로 객실 수요가 폭증하면서 정부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까지 만드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까지 않았고 대기업들까지 이 시장에 허겁지겁 진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단기간에 공급이 급증한데다 올 들어서 본격화된 엔저 영향으로 일본 관광객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비즈니스호텔업계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공급 과잉으로 투자자나 실수요자에게 외면 받는 상품이 된 것처럼 수년 동안 계속되는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서도 그나마 돈이 됐던 비즈니스호텔 역시 최근 들어 분기점에 서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지역 호텔은 올해부터 공급 과잉=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의 '서울 호텔시장 동향 및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호텔 1일 객실 수요는 3만2,491실로 추산된다. 반면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준공되는 호텔을 포함한 예상 객실 수는 3만3,511실이다. 처음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것이다.

물론 호텔 운영의 손익분기점이 객실 가동률 80%인 점을 고려하면 2017년까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지는 않지만 비즈니스호텔이 예전만큼 '땅 짚고 헤엄치기' 정도의 사업은 아니라는 것이 수급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최근 들어 호텔 공급이 급격히 증가한 탓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2만5,160실이었던 객실 현황은 2012년 말 기준 2만7,112실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총 6,298실로 공급이 급격하게 늘게 된다. 2010년 이후 외국인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 호텔 인허가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완공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사업계획이 승인된 호텔의 준공연도를 반영하면 2017년까지 연평균 4,000실이 넘는 객실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사업승인을 받아 신축 중인 관광호텔은 86곳에 이르며 객실 수는 1만2,705실이나 된다. 제2롯데월드호텔이나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3급으로 분류되는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들이다.


이렇다 보니 투자업계에서도 올 초부터 호텔이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국내 메이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이미 3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는 호텔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향후 공급이 예정된 호텔과 변화된 시장을 감안하면 시장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관광객 증가세도 둔화=여기에 최근 들어 외국인관광객 증가세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전년 동기 대비 10~2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외국인관광객 입국 추이가 지난해 11월 들어 2년8개월 만에 3.2%의 감소세를 보였다.

외국인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2011년 기준 전체 33.6%)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것을 기점으로 ▲10월 -20.7% ▲11월 -24.8% ▲12월 -24.0%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한일 양국 간 외교적 갈등과 북한 도발에 따른 안보위협 등이 영향을 미쳤다. 또 올 들어서도 양적완화정책으로 대변되는 '아베노믹스'로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인 관광객은 ▲1월 -15.5% ▲2월 -2.2% ▲3월 -19.9%로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관계자는 "엔저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일본인 관광객 감소세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빠져나가는 일본인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도 언제 어떤 이슈로 급감할지 모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정확한 수요 분석과 상품 다변화 필요해=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K팝과 같은 특정 문화상품과 일본ㆍ중국 등 특정 국가에만 치중된 우리 관광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엔화가치 하락과 같은 한 가지 이슈로 관광산업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히 필요한 것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춘 정확한 수요 예측 시스템 정립이다. 또 보다 다양해지는 관광객의 국적에 맞게 다양한 상품이 공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아직은 외국인관광객의 숙박 수요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신뢰한 만한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공급 과잉에 접어든 만큼 정교한 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 당국은 공급을 조절해야 하고 시장은 보다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외국인관광객을 발길을 잡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