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집트 시위대를 상대로 한 폭력사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사원조 중단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지인 메사추세츠주 마사스비니어드에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집트 군경은 이날 카이로 등에 밀집해 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를 강제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최소 278명(정부 발표)이 죽고 2,000명 이상이 다쳤다. 지난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야권 지도자 출신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은 군경의 강경진압에 강력히 항의하며 전격 사임했다.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아들리 만수르 임시대통령은 이집트 전국에 한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제사회도 이집트 군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 "이집트 국민 다수가 시위대의 충돌로 일상이 파괴돼 고통 받고 있다"며 "이집트 당국이 시위대와 대화하는 대신 폭력을 택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안이한 대처가 이번 '피의 수요일' 사태를 키운 주요인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일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은 채 군사원조를 계속한 미국의 외교력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최근 중재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집트 군부가 독자적으로 무력진압 결정을 내리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점을 들어 "미국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유혈사태의 영향으로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북해산브렌트유 9월물은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전일 대비 0.38달러(0.35%) 오른 110.3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 만의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