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예산안 심사 제대로 하려면

국경복 국회 예산정책처장


올해 예산안도 해를 넘겨 가까스로 통과됐다. 다행히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예산안과 세입 예산안 부수법안에 대한 본회의 자동부의제를 도입했다. 헌법이 정한 기한인 12월2일까지 심사를 마치도록 한 조치다.

11월30일까지 위원회가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법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이들 의안은 다음날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것으로 본다. 교섭단체 간 별도의 합의가 없으면 의결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적용되는 새 제도의 성공을 위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매년 예산안 의결 후 국회는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린다. 쪽지예산, 문지방예산, 특정지역 편중예산 등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난은 다 받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행 심사방식으로는 이러한 비판이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해결책은 상향식(bottom-up)에서 하향식(top-down)심사로의 개혁이다. 현재 예산안 심사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와 본회의 의결의 단계를 거친다.

상임위 → 예결위 거치는 현행 방식 한계


매년 상임위원회가 예결위에 증액하는 요구액은 10조원이 넘는다. 예결위가 열심히 노력해도 가용 재원은 통상 3조∼4조원 정도다. 결국 새로운 재정수요도 반영해야 하는 예결위는 상임위원회의 증액요구를 제대로 반영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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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회는 심사를 잘해도 소용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예결위는 밤낮 없이 일을 해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현행 제도하에서는 미시적 사업에 치중하고 거시적 관점의 심사는 충분치 못하다. 산의 전체 모습은 제대로 살피지 않고 나무만 열심히 점검하는 형국이다. 이제 국회도 중장기적 시각에서 총수입·총지출·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 재정의 거시적 모습을 그려가면서 심사해야 한다.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복지사업이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들 사업에 대해서도 재원조달 가능성, 투자우선순위,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면서 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거시·총량적 심사방식이 채택돼야 한다.

하향식 심사 도입 총량적 접근해야

미국은 예산위원회에서 재정총량과 조정지침을 본회의 결의안으로 채택해 수권위원회(우리의 상임위원회에 해당)별로 할당하고 세출위원회는 재량지출을 결정한 후 본회의 의결을 거친다. 우리 국회도 중기적 관점에서 조달 가능한 재원을 감안하면서 심사해야 한다. 예컨대 예결위가 상임위원회, 국회예산정책처와 정부의 견해를 청취한 후 총지출 수준, 위원회별 할당액과 심사지침을 사전에 정해 본회의 결의를 받는다.

상임위원회는 배정받은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심사하고 예결위는 심사지침 준수 여부 등을 고려해 조정한 후 본회의의 의결을 거치면 된다.

올해부터 예산안이 국회에 조기 제출되며 2016년부터는 심사기간이 90일이 된다. 국회가 예산안을 깊이 있게 심사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라고 본다.

이상 제시된 개혁을 통해 쪽지예산, 문지방예산으로 국민의 냉소를 받지 않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새 제도가 도입되기를 새해 아침에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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