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권사 칼바람 나몰라라… 자기 배만 불리는 거래소

증권업계 3000여명 구조조정

거래대금 급감·예산 삭감에도 임금 2.8% 올려 공공기관 최고


증권사는 구조조정 울쌍인데… 한국거래소 나홀로 임금인상

한국거래소가 올해 2.8%의 임금인상을 결정하며 소급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제시한 공공기관 인건비총액 증가율의 상한선으로 최근 증권사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과 딴판이다. 특히 최근 정부 당국이 꼽은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사례로 한국거래소를 언급하자 IT시스템 유지보수비를 포함해 전체 예산의 3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되려 임금 인상에 나선 것을 두고 서비스 품질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이고 직원 배불리기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지난 27일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올해 임금 상승률을 2.8%로 노사간 합의를 했다”며 “다만 이는 급여와 급여성복리후생비 등 전체 인건비 총액 기준으로 이미 지급된 급여성 복리후생비와 승진에 따른 직급수당 등을 감안하면 실질 급여 상승률은 1.1% 가량 된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한 지난 27일 이미 전체 직원에 소급분 지급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1,358만원으로 이 중 급여성 복리후생비 742만원원과 경영평가 성과급 271만원, 기타 성과상여금 730만원을 제한 금액에 실질 급여 상승률을 적용하더라도 1인당 105만원 이상을 추가로 챙긴 것으로 계산된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며 1인당 복리후생비가 1,488만원으로 가장 많은 한국거래소를 대표적 방만거래로 꼽은 상황에서 정부 가이드라인 상한선까지 임금을 올린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정부의 방만경영 지적 직후 전산 등 시장시스템운영비를 포함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려 고객서비스나 거래 안전성보다 ‘내배 채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증시 침체로 올 한 해 3,000여명에 가까운 증권사 직원이 직장을 잃는 등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상황에서 증권사 직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희망퇴직을 마쳤고 추가로 인력은 물론 급여 삭감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 가뜩이나 회사 내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며 “업계의 상황은 이러한데도 한국거래소가 임금을 올렸다는 것은 업계 분위기와는 상관없다는 독불장군식 심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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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증권사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연봉을 줄이자는 방향으로 고통분담에 나서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전혀 다른 모습인 것 같다”며 “괜히 신의 직장, 공공기관 얘기가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탄했다.

문제는 거래대금 급감으로 한국거래소 역시 올해 자칫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까지 평균 2,500억원 내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2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증시의 거래대금 급감으로 수수료수익이 크게 감소한 탓에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올해 결산이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아 손익과 관련한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사측이 임금 인상 등 노조 요구 사항에 받아들이면서 노조는 지난 9월 24일부터 최경수 이사장 선임 반대를 주장하며 벌여온 천막농성을 이날 철회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와 상생을 위해 뜻을 같이 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최 이사장이 취임 이후 보여준 불필요한 사업 감축 및 조직 쇄신의 방향에서 믿음이 생겼고, 내년 공공기관 지정 해제 등 큰 이슈를 앞두고 내부 갈등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농성 철회 배경을 밝혔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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