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설계 감리 시공 부실합작(사설)

설계·감리회사는 건물이나 구조물이 설 수 있도록 도안, 시공회사가 제대로 공사를 했는지 감독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들 설계·감리회사가 오히려 부실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검찰은 관급공사를 둘러싸고 담합을 일삼은 26개 설계·감리회사를 적발하고 이들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공무원을 무더기로 구속했다. 또 충북부지사·순천시장을 비롯 전 관광공사사장 등도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설계·감리회사들은 기술력보다는 담합입찰과 관련공무원들에 대한 로비로 공사를 따내 나눠먹기를 해 왔다. 2년간 7백건의 공사에 떡값만도 7백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국민들의 혈세가 그대로 날아간 셈이다. 건설회사들의 담합행태나 마찬가지다. 이번 수사로 조사용역·설계·시공·감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건축·토목공사의 전 과정이 하나의 부패 고리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거의 시공회사의 잘못으로만 치부돼 왔다. 공사비를 남기기위해 설계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것이 부실의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착공단계에서부터 감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부실은 어느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게 이번 수사에서 밝혀졌다. 설계·감리회사가 시공회사와 더불어 부패의 한 사슬로 연결돼 있으니 감리에 충실할리 없는 것이다. 한 술 더떠 공사비가 적게 들어가는 쪽으로 설계변경의 편의도 봐준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니 부실공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할 노릇이다. 검찰에 적발된 설계·감리회사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경부고속철도에도 관여했다. 공사발주가 93년에 이루어져 공소시효(3년)가 지나 이번 수사에서는 비켜갔다. 이들 회사는 부실공사도 눈감아 주었을 것이다. 다행히 미국의 감리회사인 위스 제니 엘스너(WJE)사가 부실을 찾아냈기에 망정이지 큰일날뻔 했다. 정부의 획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현재 난립돼 있는 설계·감리회사를 대형화, 종합감리회사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감리회사에 인센티브도 주어야 한다. 또 기술용역의 경우 입찰제도를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내건설시장도 이제 개방돼 가고 있는 참이다. 아직도 부실공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건설시장은 선진국의 각축장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건설관계 종사자들은 이번기회에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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