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평채 성공적 발행 반갑지만 과신은 금물

정부가 외국환평형채권을 역대 최저 금리에 발행했다는 소식이 5일 전해졌다. 낭보다. 국제금융시장이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반가운 외신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양호한 발행조건이 고무적이다.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보다 115bp(1bp=0.01%) 더해진 4.023%에 결정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외평채 첫 발행 이후 4%대의 금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무려 7.260%였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이 '신흥국 위기의 승자'라는 해외 호평이 그냥 입에 발린 칭찬만은 아님을 실감나게 한다.

관련기사



정부는 이번에 조달한 10억달러를 만기 도래한 외채를 갚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3,3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마당에 굳이 비싼 금리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외평채가 벤치마크 역할을 해 민간기업이나 공기업도 해외자금 조달비용을 덩달아 낮출 수 있다.

외평채 발행 성공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탄탄함을 입증하는 증표나 다름없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보유외환 확충과 단기외채 축소 같은 거시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온 결과다. 앞서 지난해 국가신용등급이 '더블A 클럽' 에 진입한 연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박수치고 환호하기에는 우리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길이 너무나 험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출구전략 가동에다 중국 경제 둔화, 시리아 공습발 유가급등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설상가상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정적자 누적으로 경기대응 여력도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경상수지가 버텨주고 있지만 신흥국 금융위기가 실제로 터지기라도 한다면 수출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대처를 잘해왔지만 대외 리스크 관리에는 한치의 오류도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