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장막 뒤의 중국

요 며칠간 전세계 언론과 외교가는 장쩌민(江澤民ㆍ85) 전 국가주석의 사망설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지난 6일 뉴스 사이트인 보쉰닷컴의 긴급 보도로 촉발된 장 전 주석의 사망설은 일단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의 공식 부인으로 진정되기는 했지만 중국 당국의 대응자세는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내 언론들은 중국 권력구조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며 중국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성장에서 분배로 옮겨갈 수 있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까지 내놓기도 했다. 장 전 주석이 공식적으로는 아무 직책도 맡고 있지 않지만 배후에서 행사하는 권한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의 유력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중국의 한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장 전 주석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속보까지 띄우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검색 사이트에서 '장쩌민'을 입력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뒀다"고 전했다. 전세계가 며칠간 중국 정부의 입만 바라보며 극심한 혼란을 겪은 셈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중국 정부가 뒤늦게 헛소문이라고 아주 짧은 내용의 발표를 내놓았지만 현재로서는 그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건강상태를 놓고 구구한 억측까지 난무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정보폐쇄는 이뿐만이 아니다. 5일 중국 국가해양국은 기자회견을 열어 6월 보하이만 유전에서 두 차례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름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지 한달이 지나서야 이를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다. 그나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중국인들의 폭로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어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이번 사고로 840㎢의 해역이 오염됐고 우리나라 서해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5조8,800억달러를 기록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중국이 이 같은 경제력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대국을 향한 중국의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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