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결국… 신규 순환출자 금지 현실화하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3호법안 6일 발의<br>"주식회사 개념 부정" 재계선 거센 반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남경필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기업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6일 발의한다. 재계는 이 법안이 삼성ㆍ현대기아차 등 주요 대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의원 22명과 함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총액 합계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분류한 기업집단은 55개다. 다만 주식의 교환과 이전, 회사의 합병과 영업양수 등의 사유로 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하면 상호출자금지법과 마찬가지로 주식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분하도록 했다.

또 법시행 이전 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한 경우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부풀려진 의결권(가공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최초 출자회사가 순환출자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행위를 막겠다"면서 "이 경우 투자금이 투자대상에 쓰이지 않고 자기 회사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사용돼 순환출자가 거꾸로 투자의 여력을 없애게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법안 발의에 재계는 주식회사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가공의결권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운영 기반을 흔들려는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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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특히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 유럽 주요 국가나 미국의 경우 단 한 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나 기존 주주가 경영권 위협에 맞서 저렴하게 신주를 취득하는 신주인수선택권 등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제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가공의결권을 제한한다는 취지로 기존 순환출자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 시도 등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의결권"이라며 "이를 없앨 경우 경영권 유지나 방어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가공의결권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곧 그만큼의 의결권을 가진다는 의미인데 가공의결권이라는 게 실제로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지분구조에 따라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것은 결국 국내 주요 그룹들의 활동 기반을 흔들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의결권 제한이 정치권이 주장하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취지로 흘러가기보다 결국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비용을 발생시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순환출자의 본래 기능은 주목하지 않고 대기업을 압박하는 상징적 도구로 이용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제도는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이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주요한 수단"이라며 "이 같은 순기능은 주목하지 않은 채 '순환출자는 일단 나쁘다'는 인식으로 제한부터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반발에 대해 남 의원은 "법이 시행되면 점진적으로 대기업의 자본건전성이 향상돼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면서 "솔직히 재계의 우려는 엄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안의 내용이 반칙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재계의) 할리우드 액션이고 이것은 경고감"이라며 "자꾸 할리우드 액션을 하면 퇴장감"이라고 경고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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