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고물가·실업난이 튀니지 23년 독재 끝냈다

23년간 장기집권 벤 알리 대통령 권좌서 축출<br>전세계적 주요 농산물 가격 급등과 맞물려<br>뾰족한 묘수 내놓지 못해 '희망 반 걱정 반'


높은 식품 가격과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 받던 튀니지 국민들의 분노가 마침내 23년 동안 장기 집권해온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지난 4주 동안 튀니지에서 격렬하게 진행된 반정부 시위 결과 제인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몰래 탈출했고, 이에 따라 극에 달했던 튀니지 국민들의 분노는 한풀 꺾였다. 해외에서는 아랍계 언론을 중심으로 아랍 민주주의의 첫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튀니지는 24시간 만에 권력 승계가 두 번이나 이뤄지는 등 또 다른 혼란을 겪고 있다. 장기 집권한 벤 알리 대통령의 공백을 즉각 메울 수 있는 대안 정치력이 크게 부족한데다 그 동안 국민들을 괴롭혀온 고물가ㆍ고실업 해소책 마련도 쉽지 않아 튀니지는 현재'희망 반, 걱정 반'인 상황이다. 16일 AP 등에 따르면 튀니지에서는 지난 해 12월 대학 졸업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해 무허가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청년이 분신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높은 물가와 실업률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일자리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하는 데 식품 가격은 연일 치솟자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낀 국민들이 억눌려 있던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튀니지의 실업률은 정부의 공식 통계로는 2009년 기준 14%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젊은 층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통해 시위 참가를 독려하면서 시위대의 규모가 계속해서 커졌다. 정부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자살 사건도 잇따랐다. 결국 수도 튀니스로까지 확대된 반정부 시위는 벤 알리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통령 퇴진에도 불구하고 튀니지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 후 튀니지의 권력은 모하메드 간누시 총리에게 넘겨졌다가 헌법 규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푸아드 메바자 국회의장에게 이양됐다. 튀니지는 메바자 임시 대통령의 지휘 아래 향후 두 달 안에 선거를 치러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튀니지 전문가인 마이클 코플로의 말을 인용 "새로운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양질의 인물이 있을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벤 알리 대통령의 장기 집권으로 야당이 정치권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현재 대부분의 정부 인맥이 벤 알리 대통령이 심어놓은 인물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튀니지 국민들이 정치적 혼란과 고물가ㆍ고실업의 고통으로부터 당장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 국들 역시 튀니지처럼 높은 식품 가격과 실업률로 고심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제리, 이집트 등의 경우 물가 상승에 따른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주요 농산물 수입 관세 면세, 식품 보조금 지급 등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한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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