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스스로는 승진 비결을 무엇으로 꼽을까. 능력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연공서열은 물론 학연과 지연·줄서기 등 구시대 관행도 여전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중앙정부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 인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 40.4%는 '능력과 평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연공서열'이라고 답한 비율도 33.5%로 높은 편이었으며 '학연 및 지연'도 17.1%로 적지 않았다. 고시 기수 문화를 중시하고 특정 지역, 특정 고등학교와 대학교 출신끼리 뭉치는 공무원 사회 특유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그 밖에 '줄서기'가 영향을 미친다는 답도 9%를 차지했다.
다만 부처별로 체감도는 달랐다. 다른 부처에서 파견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국무총리실의 경우 '줄서기'가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고 답한 비율이 40%로 전 부처에서 가장 높았다. 여성가족부도 '줄서기'와 '연공서열'이 각각 33.3%의 비중으로 인사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밖에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안전행정부·보건복지부·국민권익위원회·중소기업청·미래창조과학부는 '연공서열'이 인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요소라고 느끼고 있었다.
다만 기수나 연고 문화가 강한 부처 중 일부는 이 같은 요소가 전혀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부처 규모에 비해 응답자 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부처의 내부사정을 숨기려는 심리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왔다.
한 보직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순환보직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6.3%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40.1%는 '전문성이 필요한 보직은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고 3.6%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했다. 순환보직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공무원과 민간의 유착 등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8.1%에 불과했다. 대부분인 48.2%가 '종합적인 관리능력을 위해서' 순환보직제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순환보직제가 공직자 개혁방안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보다 경력 관리를 위해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경제 부처의 한 고위 공무원은 "과장급 이상 공무원은 평균 2년 짧으면 1년 이내라도 부서를 옮기는데 전문성을 쌓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내놓는 정책이 현장에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듣는 원인"이라면서 "사후처벌 강화로 민관 유착의 가능성을 줄이고 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5%가 '비교적 없는 편'이라고 했지만 28.5%는 '가끔 있다'고 답했다. 특히 기재부와 안행부·특허청과 국무총리실 공무원은 절반 이상이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기재부와 안행부는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에 의해 인사가 이뤄진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고 총리실은 줄서기가 인사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답한 부처다. 능력과 상관없는 인사에 대해 부처 내에 불만이 쌓이는 상황인 셈이다.
직급별로 보면 6급 주무관 중에 인사 불이익이 가끔 있다고 답한 비율이 44.0%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고위직인 3급 부이사관도 33.3%가 불이익을 느꼈다고 밝혔다. 여성보다는 남성 공무원 중에 불이익을 체감한 경우가 더 높아 남성 공무원의 30.3%가 가끔 불이익을 당한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22.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