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IMF 세부안 밀고당기기 계속될듯

◎혹독한 시련 “아직 첩첩산중”/IMF, 이행 봐가며 단계적 지원/“정부 공세적 자세 필요… 협상팀 교체도 검토해야”/2·3차 지원 세법·김개법과 연계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정부와 IMF는 지난 5일 협상내용을 일단 공식발표했지만 앞으로도 세부사항을 놓고 밀고당기기가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보다 엄격히 말한다면 IMF측의 일방적인 요구와 우리의 수용정도에 대한 협의가 계속 된다고 봐야한다. IMF는 자금지원 규모를 총 3백50억달러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를 한꺼번에 넘겨주는 것은 아니다. IMF는 당장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나눠주고 줄 때마다 하나씩 챙길 것은 챙겨간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원자금의 이름이 대기성 차관(Standby Arrangements)인 이유도 지원조건 이행상태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IMF와의 합의내용에 따르면 자금지원 일정은 1, 2, 3차 및 그 이후 등으로 세분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1차분 55억7천만달러(41억 SDR)를 8일까지 ▲2차분 35억3천만달러는 18일까지 ▲3차분 20억4천만달러는 내년 1월8일까지 각각 제공하며 나머지는 추후 한국정부의 조건이행상황을 봐가면서 집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IMF는 앞으로 추가자금을 지원할 때마다 우리 정부에 구체적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추가요구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IMF측은 한국 정부를 전혀 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협상과정을 음미해보면 합의된 조치를 서명에 앞서 미리 이행토록 요구했다는 인상이 확연하다. 재정경제원은 지난 4일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확대와 세율인상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고 한국은행은 통화긴축방침을 확인했다. 이는 미워싱턴에서 우리 시각으로 5일 새벽 열린 IMF이사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1차분을 지원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재경원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2일 정부가 9개 종금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영업정지명령을 내린 것도 합의안 확정에 대한 「성의표시」였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발표된 합의문 외에 구체적인 수치가 적시된 이행기준(Performance Criteria), 이행일정을 담은 기술적 이행각서(Technical Note)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같은 단계적인 지원전략을 뒷받침한다. IMF는 앞으로 추가 자금지원을 하면서 합의된 이행기준을 철저히 확인할 것임이 분명하다. 2차분 지원이 이뤄질 18일은 우연히도 대통령선거일이자 22일 개원할 임시국회에 정부가 제출할 법안들이 확정되는 날이다. 3차분은 이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과 유사하다. 정부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에 추경예산안 및 관련세법 개정안, 금융개혁법안, 외국인 적대적 M&A 관련법안 등을 제출키로 돼 있다. 따라서 2, 3차 지원은 이들 법안의 내용과 처리 여부에 연계돼 있다고 봐야 한다. 내년 1월8일 이후 지원할 나머지 1백억달러는 부실금융기관 처리의 이행 여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단기금융상품시장 개방 및 외국인직접투자 허용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도 지원에 대한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우리 정부와 경제를 외곽에서부터 서서히 조이면서 혹독한 단련과 「체중 감량」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미국·일본 등이 자국의 협조융자자금을 지원할 경우에도 이번 협상과는 별도의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정부는 금융기관 폐쇄, 적대적 M&A 등에 대해 원칙적으론 양보하면서 세부 시행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IMF, 특히 미국이 우리 희망대로 호락호락하게 나오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향후 계속될 협상에서는 우리가 보다 공세적인 자세를 다듬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과감히 협상팀을 교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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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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