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이 다 돼가는군요.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동안 안전행정부는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준비를 위한 인수위에서 안전행정의 중요성이 논란이 됐던 일도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려 하자 이름이 너무 이상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안전행정부가 탄생했습니다. 그러고는 불과 1년여 지난 시점에서 세월호 사건이 터졌지요. 20년이 넘게 공직에 몸을 담았던 필자는 그 당시 퍼뜩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지요. 역시 내 예상대로 이미 안전행정부에서는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만들어놓았더군요. 종합대책까지 있었는데 왜 이런 사고가 터졌을까요. 그 대책 과제들을 보면 각 기관의 기존기능에다가 '확충' '활성화' '개선' 등의 말을 붙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다 알게 됐듯이, 그 어떤 종합대책이 만들어지든 현장은 늘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안전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 안전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비용이 아닐까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우리가 이룩한 고속성장의 신화 뒤에는 '안전비용 미지불'이라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우리가 충분한 비용 지불 없이 안전을 이야기하는 한 이 그림자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에 출장차 북해유전을 다녀왔습니다. 전용 헬기장에서 헬기를 타는데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 복장을 갖추느라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사고가 나 바다에 떨어져도 다섯 시간 이상 생존이 가능했습니다. 이와 달리, 몇 년 전 헬기를 타고 독도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전용 헬기장이 아닌 관공서 사무실 옆에서 헬기를 탔으며 안전교육과 안전복장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귀마개 하나 쓰고 다녀왔지요. 바다에 떨어졌으면 즉사했을 것입니다. 자, 전용헬기장·안전교육·안전복장 이것이 무얼까요. 바로 비용입니다. 국민안전처가 우리나라의 안전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먼저 안전처 장관은 모든 정부부처의 공적이 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안전규제 강화를 위해서는 각 부처의 예산에서 안전예산의 비중을 높이라고 닦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안전처 장관을 잘라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필자는 아직 그런 얘기를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안전처 장관님! 세월호 사고 후 국민의 염원을 담아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지요. 지금까지 무엇을 하셨나요. 혹시 내게 힘이 없다는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대통령께 '내게 힘을 실어 달라,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해본 적은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또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면 그 첫 번째 희생양은 장관님이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걱정이 있습니다. 그때 대통령께서 또 국민안전처도 해양경찰청처럼 해체시킨다고 하면 장관님께서는 어떻게 하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