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거꾸로 간 정부개혁

확정된 정부조직개편안은 중앙인사위원회와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를 신설하고 중앙부처 공무원을 1만5,000~2만명 정도 줄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초 통폐합키로 했던 산업자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노동·보건복지부는 그대로 살아났으며 폐지될 운명이던 해양수산부도 없었던 일로 됐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이처럼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로 그치게 된 것은 이미 예견됐었다. 그러나 당위성 여부를 떠나 결국 국민의 불신풍조만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차라리 손대지 않은 것이 나을뻔 했다.사실 지난 2월말 민간컨설팅기관의 정부조직 경영진단이 밝혀지자 통폐합되는 부처를 중심으로 공무원들이 집단반발, 술렁대기 시작했다. 해당부처는 정치권을 찾아다니며 로비, 여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사회를 뒤흔들어서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부처 통폐합은 손도 대지 못한 것이다. 부처이기주의도 문제지만 「국민의 정부」개혁정책이 정치논리에 밀린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러다가는 질질 끌고 있는 재벌그룹의 빅딜도 제대로 이루어질는지 의문이다. 최근들어 선진각국은 정부조직을 「작은 정부」로 개편해 나가는 추세다. 정부조직을 슬림화, 민간에 과감히 이양하고 규제도 철폐해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찌된 셈인지 거꾸로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만 보더라도 그렇다. 중앙인사위원회와 기획예산처 신설은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국정홍보처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공보처를 폐지한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를 부활시킨 것은 개혁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개편안 가운데서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신설, 재경부에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맡긴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동안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어 왔으나 재경부장관이 이를 조정,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미완(未完)의 개혁이다. 21세기형이 아니다. 지금처럼 몇개월만에 뜯어 고치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과제로 이뤄져야 한다. 일본의 정부조직 개편이 사회 각계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3년간에 걸쳐 완결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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