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원포인트 인사’ 삼성, TSMC 역전·초대형 M&A 노린다 [biz-플러스]

■반도체 부문 '전영현號' 출범

파운드리 사업부 美법인으로

노미정·김용상·정기봉 이동

美서 TSMC 제압 기반 다져

'경영·기획통' 김용관 복귀에

지분 투자·M&A 속도 낼 듯

삼성전자 평택 공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 공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리더십 교체로 강력한 조직 쇄신을 예고한 가운데 각 사업부에서도 ‘핀셋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영현 신임 DS 부문장(부회장)이 최근 인사들을 직접 지시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인사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의 DS 부문장 선임을 앞두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에서 원포인트 임원 인사가 단행됐다. 파운드리 사업부 산하 코퍼레이트 플래닝실의 김용상 상무와 노미정 상무가 삼성전자 반도체 미주법인(DSA)으로 발령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상무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기술개발팀에서 굵직한 수주를 이끌어왔던 인물이고 김 상무는 한국에서 근무할 때 미국·유럽·일본 파운드리 영업 리더를 맡았다. 두 임원은 삼성전자 DSA로 자리를 옮겨서 파운드리 영업을 담당한다.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는 연말인 11~12월께 이뤄진다. 통상의 인사 시기보다 약 6개월을 앞당겨 임원 인사가 난 셈이다. 앞서 코퍼레이트 플래닝실에서 사업개발팀장을 맡고 있었던 정기봉 부사장도 4월 1일부로 DSA의 파운드리 상품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비(非)인사철에 3명의 임원이 미국으로 떠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다. 그만큼 미국 파운드리 시장이 삼성에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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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파운드리 사업의 명운이 갈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60조 원을 투자해 건립하고 있는 파운드리 팹이 승부수다. 공장을 지어놓고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유휴설비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최대 고객인 미국 빅테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생존할 수 있는 셈이다. 고객 주문 맞춤형 사업인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상 이들을 설득하려면 현지 엔지니어 역량을 강화해 잠재 고객들과의 만남을 늘리고 각종 요청 사항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내년부터 TSMC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TSMC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회사나 새로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들려고 하는 업체들에 삼성전자 기술의 장점과 생산능력을 소개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엔비디아·AMD 등 세계적인 팹리스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라이벌 TSMC를 꺾으려면 미국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전 부회장 인사가 난 날 삼성메디슨의 김용관 부사장이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복귀한 것 역시 상당한 의미가 있는 행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과 경영진단팀 등을 거친 인물로 각종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밝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이 최근 의미 있는 M&A나 지분 투자 등을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팀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국 정부의 견제가 워낙 심해 반도체 시장에서 빅딜은 사실상 어렵겠지만 핵심 기술이나 소재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중대형 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부 임원 인사 외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14년 LG전자에서 36세의 나이로 ‘최연소 임원’에 오른 우람찬 전 상무를 칩 설계 조직인 시스템LSI사업부의 비즈니스 전략기획팀에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깜짝 인사는 그 자체로 강력한 쇄신 의지를 시장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봐야 한다”며 “삼성이 A부터 Z까지 제대로 된 반도체 해법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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