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뉴스 포커스] 외국 로펌 대공습… 떨고 있는 법률시장

작년 법률수지 적자 6,500억… 1년새 1000억 ↑ 사상최대<br>2017년 완전개방땐 더 타격 "외국 로펌 무조건 선호 문제"


지난해 8월16일 국내 법조계의 시선이 한 미국계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쏠렸다. 법률시장 개방 이후 외국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계인 쉐퍼드멀린이 국내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들이 놀던 논에 큰 메기 한 마리가 들어온 셈이어서 토종 로펌들이 긴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국내 로펌들이 걱정했던 부분이 점차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로펌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영업을 시작한 지난해 3ㆍ4분기부터 국내 법률서비스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 적자는 1ㆍ4분기 1,181억원에서 2ㆍ4분기 1,572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3ㆍ4분기에는 2,432억원까지 급증했다. 이는 월별로 봐도 마찬가지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달 평균 458억원에 그쳤던 법률서비스 적자는 미국계 로펌인 쉐퍼드멀린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8월 69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9월 755억원, 10월 863억원으로 갈수록 불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현재 법률수지 적자규모는 6,5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1조3,400억원을 쓴 반면 외국 기업이 국내 로펌에 지불한 법률서비스 금액은 6,900억원에 그친 것이다. 지난 2008년만 해도 2,130억원에 불과했던 법률수지 적자는 2009년 5,150억원으로 증가한 뒤 2010년과 2011년에도 5,000억원대를 유지했었다.

지난해 법률수지 적자규모가 크게 늘어난 데는 무엇보다 법률시장이 본격 개방되면서 외국계 로펌들이 대거 국내로 진출한 영향이 컸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쉐퍼드멀린과 롭스앤그레이ㆍ코헨앤그레서ㆍ맥더모트윌앤에머리ㆍ폴헤이스팅스ㆍ클리어리고틀립ㆍ스콰이어샌더스ㆍ커빙턴앤벌링ㆍ오멜버니앤마이어스ㆍ케이앤엘게이츠ㆍ심슨대처앤바틀렛 등 미국계 11곳과 클리포드챈스ㆍ디엘에이파이퍼 등 영국계 2곳을 포함해 모두 13개 업체가 영업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아시아 거점을 두고 활동하던 외국계 로펌들이 국내시장 개방에 맞춰 국내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며 "아직 개방의 영향을 거론하기에 이른 측면은 있지만 오는 2017년 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외국계 로펌의 국내 진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법률수지 적자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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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외국계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수료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계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문료를 비롯한 법률서비스 비용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화도 법률수지 적자를 키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법적 공방에서 보듯이 외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특허소송 같은 법적 분쟁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현지 정부나 기업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빈번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삼성이나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진출하는 해외사업장이 늘어날수록 외국계 로펌에 대한 지출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률서비스 적자가 늘어나더라도 우리 정부나 국내 로펌 차원에서 딱히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강성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는 "한국 로펌이 외국에 나가 돈을 벌어와야 하는데 언어문제 등 제약요건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다만 국내 기업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외국 로펌부터 쓰고 보자는 인식을 가진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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