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토롤러가 우리 기업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휴대폰을 최초로 상용화한 나라이자 세계 최대 생산국인 우리나라에 자사가 개발한 휴대폰 칩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토롤러측은 최근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에 들러 자사 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LG정보통신 관계자는 『모토롤러측이 최근 LG는 물론이고 삼성전자를 방문해 모토롤러 칩을 채용한 휴대폰 개발을 제의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모토롤러의 CDMA 칩 개발 속도가 이 분야 선두업체인 퀄컴보다 약 1년 처져 협력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휴대폰 기능 가운데 무선 데이터 통신 기능이 가장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세대 칩이 퀄컴의 경우 내년초에 나올 계획이나 모토롤러는 2000년에 가서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모토롤러의 「손길」이 한마디로 「짝사랑」인 셈이다.
모토롤러가 이처럼 격에 맞지 않는 짝사랑을 불사하는 것은 과거 세계 통신시장에서 보여줬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CDMA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칩이 확산돼야만 자사 휴대폰도 널리 퍼질 수 있고, 그 다리 역할을 국내 업체에 맡길 계산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휴대폰 시절 모토롤러는 칩을 공개하지 않고 자사 제품에만 사용했다』며 『이같은 정책을 포기하고 칩 공개 쪽으로 돌아선 것은 CDMA 시장에 대한 이 회사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금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진 CDMA 셀룰러폰과 PCS폰은 거의 대부분 이 분야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사의 칩을 채용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모토롤러 한국법인인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이 자체 칩을 채용한 폴더형 CDMA 휴대폰 「스타택」을 내놓았고, SK텔레텍도 이스라엘계 미국회사인 DSPC사 칩을 쓰기로 해 점차 경쟁구도로 접어들고 있다.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도 이르면 내년초에는 자체 칩을 채용한 휴대폰을 선보일 계획이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