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계 걱정이 내수둔화를 재촉하고 있어 현재의 중장년층이 노인이 될 시점에는 내수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이런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단기적인 내수부양만 치중하면 현 세대의 노후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권규호·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6일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경제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10여년간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가구주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원인으로는 "기대수명이 급격히 증가하지만 근로 가능 기간이 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연구위원은 특히 2000년 이후 기대수명이 매년 평균적으로 0.45세씩 증가하고 있으나 노동시장의 은퇴시기는 이와 비례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은퇴 후 생존기간이 길어져 노후대책에 필요한 소요자금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예상한 대부분의 연령계층에서 노후대비를 위해 소비성향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노후대비를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중장년층의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이 꼽혔다. 생애주기가설을 따를 경우 평균소비성향은 20~30대에 높았다가 전생애 중 가장 소득이 높은 시기인 40~50대 연령대에는 저축을 늘리는 탓에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다시 노년 무렵부터 높아지는 U자 형태의 추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소비성향이 오히려 자녀 교육비 지출 부담 등으로 40대 연령층에서 은퇴 전 시기의 절정에 오른 뒤 60대 연령층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고 두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한참 돈을 버는 중장년층 시기에 교육비로 지출을 늘려 저축 여력이 줄어들면서 전생애에 걸친 소비저하가 초래된다는 뜻이다.
두 연구위원은 "무엇보다도 30~40대의 교육비 지출이 과다한 점과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 세대가 고령층이 되는 시기에는 민간소비가 더욱 제약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구조적 측면에서의 소비증대 대책이 없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인 소비증대 정책만 폈다가는 오히려 현 세대가 고령화한 후 소비를 더욱 궁핍하게 만들 것이라는 뜻이다.
두 연구위원은 구조적인 소비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은퇴시기 이연 △교육 및 채용 시스템 정비를 통한 사육비·교육 과잉 제어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가계 주체들 역시 자녀에 대한 투자와 노후대비 저축 간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선 주택가격 상승률 둔화도 소비감소 요인일 수 있지만 이는 데이터로 실증적인 뒷받침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곁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