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97> ‘디카페인 커피’와 일상의 아이러니


얼추 평균을 내보니 하루 세 잔은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출근할 때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네 시쯤 한 잔. 간혹 카페인 양이 걱정될 때는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다.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가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 단순히 커피 맛을 즐기고 싶을 때가 종종 있으니까.


단연 세계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기호식품 중 하나로 꼽히는 커피는 이로움과 해로움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일반적인 정론은 과유불급(過猶不及). 적정량 마시면 건강에 좋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사실 커피의 해로움에 대한 우려는 20세기 초 극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신경성 불면증, 심계항진증 등 커피 중독이 주원인으로 꼽히는 질병이 늘어나면서 ‘약물로 정신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운동이 거세진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20세기 초 커피 대용 음료 판매는 정점을 찍는다. 도토리커피, 무화과커피 같은 이름으로 팔린 커피 대용 음료들은 상품명에 커피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커피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았다. 카페인이 몸에 해로우니 커피를 마실 수는 없지만 커피를 갈구한다는 반증인 셈이다.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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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E. 야콥의 <커피의 역사>에 따르면 무카페인 커피에 대한 연구는 자신의 아버지가 커피 중독으로 요절했다고 생각한 브레멘의 젊은 상인 루드비히 로젤리우스에 의해 본격화됐다. 커피의 향과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경증 환자들에게 독이나 다름없는 트리메틸디옥시퓨린은 제거된 무카페인 커피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로젤리우스의 실험은 성공했다. 커피의 풍미가 원두를 볶는 동안 생겨난다는 점에 착안해 볶지 않은 콩에서 카페인을 추출해낸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면서 왜 포기해야만 하는가, 카페인이 문제라면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만들면 되지’라는 생각이 일군 쾌거다. 이제 우리는 커피전문점을 찾지 않더라도 편의점에서조차 손쉽게 ‘인스턴트 디카페인 커피’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기회가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에게 ‘일상의 아이러니’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제안하고 싶다. 니치 마켓을 발견한다는 건 결국 겉으로 드러나있지 않았던 소비자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젤리우스는 디카페인 커피를 추출하는 법을 특허 출원해 1906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커피=카페인 음료’라는 기본전제를 뒤엎은 로젤리우스처럼, 기회는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을 통해 발현되는 것 아닐까.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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