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헌 추진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2014년 10월 현재 155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말께 당내 중진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 개헌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역량을 분산시키고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개헌에 대한 동조 여론은 적지 않다. 내용은 '분권형 대통령제' '중임제' 등이다. 개헌에 대한 찬반 주장을 싣는다.

● 찬성-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제왕적 대통령' 초월적 권력행사 폐해

개헌 통해 '협의 민주주의 체제'로 가야


2014년 10월 현재 155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해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개헌 추진에 힘을 모으고 있다. 왜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다.

첫째, 경험적 측면이다. 지난 10여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현실정치에서 국회는 대통령 권력을 향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즉 국회는 내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터의 베이스캠프가 되고 대통령이 선출된 후에는 대통령 권력을 대변하는 세력과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려는 세력 간에 중단 없는 대회전의 장이 된다. 또 선거의 승자는 전쟁의 전리품을 챙기듯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패자는 죄인처럼 모든 것을 잃는다. 이러한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의 승자독식 구조에서 대통령은 '선출된 군주'로 군림하며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한 이상의 초월적 권력을 행사하는 속성을 갖는다. 이를 경험적 측면에서의 대통령제의 폐단이라 하겠다.

둘째, 비교법적 측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4개국(한국·미국·멕시코·칠레)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이 '분권형 의원내각제' 또는 '실질적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제를 취하는 선진국들의 경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대통령 1인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도록 돼 있다. 예컨대 미국은 국가 출범 당시부터 연방주의, 의회중심주의, 사법권 독립 등 다차원으로 분권화돼 있어 대통령 1인의 권력독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미국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대통령제 국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프랑스 헌법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미국 대통령제가 다른 국가에는 진정한 내적 의미의 전이가 이루어지지 않는 미국만의 폐쇄적인 정치체제"라고 말했고 독일 헌법학자 카를 뢰뵌슈타인도 "미국 대통령제는 미국 외의 국가로 한 발짝 수출되는 순간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설파했던 것이다.

셋째, 정치이론적 측면이다. 대한민국은 갈등이 많은 나라로 분류된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OECD 34개 국가 중 터키 다음으로 갈등이 높은 나라다. 사회 갈등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도 연간 수백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갈등이 많은 나라의 권력구조는 어떠해야 할까. 미국 샌디에이고대 정치학과 연구교수 아렌트 레이프하르트는 '분열된 사회를 위한 헌법 구조, 2008'에서 "균열이 심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협의주의를 채택하는 길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갈등이 많고 분열된 사회에서는 다수결주의에 의한 소수파 배제가 오히려 불안정을 야기하기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갈등이 많은 나라일수록 '올 오어 나싱'의 '다수결 민주주의'가 아닌 '협의 민주주의'를 선택하는 것이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에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나라도 '다수결 민주주의'라는 갈등유발형 정체(政體)를 근본적으로 바꿔 '협의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러한 '분권형 개헌'이야말로 우리 정치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확신한다.


● 반대-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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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안정 시급한데 국정 발목 우려

20代 총선 후 공론화하는 것이 적절


정치권에 또다시 개헌 논쟁이 일고 있다.

개헌론은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제9차 개헌 이후 민주화가 착근하는 과정에서 역대정권 때마다 줄기차게 제기돼온 정치권의 단골 화두다.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킨 노태우 정부 이후 출범한 김영삼 정부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 내각제 개헌이 제기됐으나 공론(空論)으로 끝나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해 정권을 잡은 후 개헌 실패와 함께 DJP공조가 파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임기 말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다 흐지부지되고 말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여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한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개헌을 주도했으나 역시 논쟁 이상의 범위를 넘지 못했다. 이처럼 역대정권 때마다 부단히 제기돼온 개헌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국민 절대다수가 개헌의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헌을 발의할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의 동의는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론을 제기하니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탄력을 받지 못함은 당연하다. 지금의 상황도 역대정권의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호 사건으로 국회가 지난 5개월간 올스톱되다시피 했고 상반기 민생법안 처리 실적은 제로였다. 국회가 민생을 방기해왔고 정부는 국회에 경제활성화 법안만이라도 처리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국파행의 원인이 현행 '5년 단임제'인 대통령제에 있어 이를 바꿔야 한다면 국민이 동의해줄 수 있겠는가. 더욱이 개헌은 권력투쟁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 정치권이 민생 안정과 경기회복에 집중할 여력이 물리적으로도 부족한 판에 개헌을 매개로 정치적 헤게모니에 또다시 몰두한다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되고 국가는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최근 고전하는 유럽과 중국 경제, 일본의 엔화 약세 가속화, 중동 리스크 고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경제도 자본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기업 실적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경제는 곧 민생이다.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 정치권이 개헌에만 몰두하다 보면 민생 이슈가 무력화되고 결국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필자 역시 대통령에게 과다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개헌에 동조한다. 그러나 지금은 개헌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굳이 시기를 못 박자면 오는 2016년 4월 20대 총선이 끝난 직후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해 공론화하고 2017년 상반기에 개헌하는 것이 적절하다.

혹자는 개헌이 혁신의 대상이고 개혁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혁신과 개혁은 정당의 체질 개선과 국회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제도 개선, 경직된 지역 할거 정치구도 청산 등 당장 실현 가능한 것부터 머리를 맞대는 것이 순서다. 즉 구태한 정당체제의 변화와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혁신, 나아가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개선부터 추진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헌을 추진해야 비로소 국민이 원하는 권력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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