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은 오는 15일 18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8기 1중전회)에서 후진타오 주석에게 총서기직을 물려받는 시 부주석이 공산당 인사권을 접수하는 등 본격적인 국정장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보쉰에 따르면 시 부주석은 장춘셴(58) 신장 위구르자치구 당서기를 중앙조직부장에 내정했다.
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급에 버금가는 권력서열 10위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국 공산당 주요 포스트의 인사를 결정해 당 간부와 관리들의 앞길과 운명을 가르기 때문에 공산권에서는 황금보직으로 불린다.
장 당서기는 정치신념이 확고하고 중앙의 정책을 집행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시 부주석은 장 서기가 묵묵히 실무에 전념하고 주민들을 깊이 사랑하며 친화력이 뛰어나 자신과 유사점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쉰은 전했다.
중국 공산당의 노선도 구체화되고 있다. 시 부주석은 18차 당대회 개막일인 지난 8일 오후 상하이시 대표단 토론회에 참석해 "공산당이 현재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역사와 현실에 바탕을 둔 중국특색사회주의 기치를 틀어쥐고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강조한 것은 좌우파 간 노선투쟁에 대해 경고하고 마오쩌둥식 전통 사회주의 노선과 서구식 입헌민주주의 노선 모두를 부정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당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프레스센터에 등장했던 후야오방과 자오즈양 전 총서기의 사진이 불과 며칠 만에 철거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두 총서기는 1980년대 말 정치개혁 움직임에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덩샤오핑이 실각시킨 개혁 성향의 지도자였다. 전문가들은 서구식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 주석이 8일 업무보고에서 정치개혁을 강조했지만 "알맹이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쏟아지고 있다. 진보성향 잡지 옌황춘추의 양지성 부사장은 "마오 시대의 극좌노선으로 돌아가지도 않겠지만 민주헌정과 다당제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개혁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갑작스런 변화의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문 뉴스 사이트 둬웨이도 "중국특색사회주의는 이미 17차 당대회에서 나온 내용"이라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업무보고의 글자 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