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완전판매 조장하는 투자권유대행인제

주식시장 경험없는 대학생 등 취업 미끼로 마구잡이 모집


불황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이 지점을 축소하고 투자권유대행인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전문성ㆍ경험 부족에 따른 불완전판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정작 이들을 채용한 증권사 중 상당수는 투권인 관리에 소홀해 투권인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증권사 투자권유대행인은 1만8,721명이다. 2009년 1만5,305명에 불과했지만 증권사의 지점ㆍ인원 감축 분위기와 맞물려 매년 평균 1,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투자권유대행인은 특정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투자자들에게 해당 증권사의 투자상품을 권유하는 역할로, 이들의 권유를 받은 투자자가 상품에 가입하면 증권사가 받은 수수료의 40~60%가 투권인의 몫이 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지점 ㆍ직원 유지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투권인 채용을 상시모집으로 전환하는 등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투권인 채용이 불완전판매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투자 상품을 권유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식시장 경험도 없는 사람들을 투권인으로 모집하고 있다. 투권인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는 ‘투권인 경력 보유 시 증권사 취업 유리’ 같은 문구를 앞세워 대학생이나 증권 관련 동아리를 대상으로 한 모집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대학생 때 모 증권사 투권인으로 활동한 김모씨는 "투권인들은 주로 인맥 위주의 영업을 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활동을 잘 하기란 어렵다"며 "대부분이 취업 때 경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증권사 영업직원들이 투권인을 유치해 오면 업무고과에서 가산점을 받고 해당 투권인이 고객을 유치하면 수수료 일부도 따로 받을 수 있어 무분별한 투권인 모집이 성행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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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권인으로 활동중인 A씨는 "증권사는 취업을 미끼로 무분별한 투권인 모집에 나서다 보니 신의나 전문성이 부족한 투권인들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올 초 투자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펀드투권인에 대한 설문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만족스럽지 못한 설명’(39%), ‘전문성 부족’(26%), ‘투자성향과 무관한 펀드 권유’(23%) 등 전문성을 지적하는 답변이 많았다.

주식카페 운영진들이 카페 신규회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투권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종목추천이나 온라인 방송 등으로는 수입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운영진 중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 특정 증권사와 투권인 계약을 맺어 수익원을 창출한다. 예컨대 주식카페 고객의 자금 일부를 투권인을 통해 증권사 계좌로 옮겨 매매를 하도록 권유하면서 수수료의 일부를 카페 측이 가져가는 식이다.

투권인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계약 후 정기적인 교육ㆍ연수 등을 제공하는 증권사가 있는 반면 일부 증권사는 계약 후 투권인들을 사실상 방치한다는 것이다. 투권인으로 활동중인 B씨는 “영업직원들마다 투권인을 몇명씩 담당ㆍ관리하는 시스템 하에 노하우 전수를 귀찮아하는 사람도 많다”며 “실질적인 업무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투자협회도 단순히 자격시험 응시료 수익에만 급급할 뿐 형식적인 교육 외에는 투권인 제도 개선이나 지원책 마련에는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투자권유대행인들은 등록 시 금투협이 제공하는 등록교육(사이버)을 15시간 이상 수료해야 하며, 매년 10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수 교육 불참 시 다음 해 투권인 계약 자격이 사라진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투권인들이 늘어나면서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지적이 많다"며 "조만간 이를 점검하기 위한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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