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불어닥친 한파에 아랑곳없이 주식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곤두박질했던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서 연일 사상최고 수준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최근 대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주요 이유라 할 것이다. 이는 십여년 전 정보기술(IT) 버블기간 중 탄생한 수많은 중소기업의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부품조달이 기반이 돼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대기업의 하청업체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해온 중소기업들은 사정은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코스닥지수가 500을 갓 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덩치 커져 中企 자금 확보에 도움 중소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금과 고급인력의 부족으로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지 위해 대기업의 눈밖에 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하게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기반을 마련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려면 우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개발한 제품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 소개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독자적인 마케팅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점점 거세지는 특허권 분쟁 및 고의적인 영업 방해 또는 핵심 경쟁요소의 불법취득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법률적 보호장벽을 갖춰야 한다. 이외에도 제품의 성장기에는 양산을 위한 노하우, 그리고 성장이 한계에 도달할 때는 새로운 제품개발이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획력 등이 요구된다. 대기업이 자금과 고급인력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중소기업이 이러한 능력들을 모두 갖추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진정한 상생을 이루는 것 역시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를 원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벤처지주회사는 바로 현재와 같이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를 바꿀 수 있는 열쇠다. 벤처지주회사란 일단의 중소기업들이 지주회사를 통해 하나로 모여서 가상의 대기업을 설립하는 것과 같다. 혼자서는 할 수 없더라도 여러 개의 기업이 모인다면 외형이 커지고 자금 확보가 보다 용이해질 수 있다. 또한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술인력을 공유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여기에 최고급 마케팅 및 기획력이 합해진다면 중소기업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벤처지주회사를 통해서 중소기업들은 자금과 고급인력을 확보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벤처지주회사의 성공이 손쉬운 것만은 아니며 다양한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예를 들면 비록 현재 지주회사 관련법안이 있지만 이는 대기업들에 대한 견제도구로서의 역할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므로 벤처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벤처회사의 자생력 강화목적에 맞도록 실질적인 경영권을 자회사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벤처지주회사가 불법적인 자금 세탁의 도구 및 세금 포탈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막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대기업 견제 아닌 자립에 초점을 벤처지주회사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과거 IT 버블로 탄생한 중소기업들이 지금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 것처럼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내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다행히 중소기업을 모아서 경쟁력을 함께 키워나가게 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스스로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정부 또한 이러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을 응원하고 벤처지주회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경제학 교과서에만 언급되는 현상으로 두고 볼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