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힘 받는 주가 바닥론…"지금이 저가매수 기회"

삼성전자 실적 발표 계기 불확실성 해소 기대

연기금·투신권은 순매수 이어가 반등 이끌어

주가순자산비율도 1배 아래로 떨어져 긍정적


코스피가 7일 삼성전자(005930)의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8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은 여전히 국내 증시를 외면했지만 기관이 투신권과 연기금을 앞세워 순매수를 이어가며 지수 하락을 막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발표로 기업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일정 부분 걷혔고 수급 측면에서도 연기금과 투신권이 바닥을 다져주고 있다"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소폭 밑돌고 있는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슈퍼달러로 인한 환율 변동성 확대가 마지막 남은 불안 요소지만 국내 증시를 둘러싼 여러 환경을 고려하면 현 시점이 주가 바닥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23%(4.52포인트) 오른 1,972.91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중순부터 힘을 잃은 코스피는 이달 들어 2,000선까지 무너지며 급격하게 고꾸라졌다. 기관이 이날 순매수 폭을 늘리며 상승 반전에 성공하기 전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기관은 1,292억원치 순매수했고 개인도 220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1,65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외면 속에 코스피가 7~8월 상승분의 대부분을 반납했지만 최근 들어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한 달 가까이 코스피가 가파른 조정을 겪으면서 바닥에 다다른 신호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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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기업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걷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 3·4분기에 4조1,000억원(잠정실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4분기(7조1,900억원)와 지난해 같은 기간(10조1,6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지만 최근 낮아진 증권사의 눈높이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이날 실적 발표 전까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의 부진한 실적 전망은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최악의 가정을 벗어나면서 3·4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감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145개 코스피 상장사(삼성전자 제외)의 3·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4조1,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을 포함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42% 줄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익 전망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동안 큰 폭으로 하향조정되면서 이번 어닝시즌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국내 기업이익 전망 변화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수급 측면에서 연기금과 투신권의 순매수 행렬도 주가 바닥론에 힘을 실어준다. 연기금은 지수 2,000선이 무너진 이 달 초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수(누적 775억원)를 기록하며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투신권 역시 개인의 투자심리 개선으로 펀드 유입 자금이 늘면서 지난 9월 초부터 한 달 넘게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1,913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3일부터 이날까지 투신권의 누적 순매수 규모도 9,421억원으로 기관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조병현 연구원은 "연기금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투신권도 한 달 넘게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주로 지수가 바닥에 근접했을 때 나타나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절대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왔던 주당순자산비율(PBR) 1배가 무너진 점도 주가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PBR는 주가와 주당장부가치의 비율로 PBR이 1배를 밑돌면 주가가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스피의 PBR(MSCI KOREA 12개월 예상 PBR)는 0.95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PBR가 1배를 밑돌던 세 번의 구간(2·3·5월)에서 주가는 반등했고 외국인도 순매수로 전환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불안 요소지만 일본중앙은행(BOJ)이 통화정책 유지 결정을 내렸고 삼성전자의 실적도 공개되는 등 그동안 코스피를 짓눌렀던 악재들이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라면서 "삼성전자에서 촉발된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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