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식투자 실패' 실직 가장의 비극

아파트 담보 5억 빌려 투자… 2년만에 3억7,000만원 날려<br>아내·두딸 살해 후 119신고… 도주하다 문경서 붙잡혀

‘서초 세모녀 살해 사건’ 용의자 강모씨가 6일 오후 경북 문경 농암면에서 경찰에 붙잡힌 뒤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송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도주한 40대 가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생활고로 살인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범행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전6시30분께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강모(48)씨의 아내(48)와 큰딸(14), 작은딸(8)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강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아내와 딸을 죽였고 아파트에 가면 시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며 119에 신고한 뒤였다. 이후 강씨는 혼다어코드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이 차량으로 강씨는 충북 지역을 거쳐 경북 문경까지 이동했다.

경찰은 강씨의 휴대폰 위치추적 등을 통해 이동흔적을 확인하고 그를 뒤쫓았다. 이 과정에서 낮12시10분께 경북 문경 농암면 종곡리를 지나던 강씨를 순찰 중이던 경찰이 붙잡았다. 검거 당시 강씨는 녹색 라운드 티셔츠와 검은색 운동복 바지 차림이었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된 강씨는 서초경찰서로 이송됐다.


강씨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일단 추정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외국계 정보기술(IT) 회사를 다니던 강씨는 퇴사 이후 최근 3년간 실직 상태였다. 강씨의 아내 또한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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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가 주거하던 아파트도 자기 소유이기는 하지만 거액의 대출이 물려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4년 5월께 강씨는 이 아파트를 근저당 없이 구입했지만 2012년 11월께 채권최고액이 6억원에 이르는 근저당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시가 10억~11억원에 거래되는 고급 아파트다.

또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두 장짜리 노트에 적힌 내용도 경제적 부담에 따른 돌발행동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강씨는 이 노트에 "처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죽어야겠다" "통장을 정리하면 돈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병원비에 보태면 될 것"이라면서 경제적인 고달픔에 대한 고민을 상당 부분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강씨의 살해동기를 생활고로 단정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상태다. 일부에서는 "강씨가 생활고를 겪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강씨가 최근 딸과 함께 아파트 앞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이 아파트 주민의 말을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노트에는 생활고와 관련된 내용도 다소 있지만 아파트가 자기 소유였던 점 등으로 미뤄보면 그것만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보이는 아내와 딸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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