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년간 단 1건… 해외DR 발행도 얼어붙었다

경기침체로 증시 부진<br>거래량도 급속히 줄어<br>자진 상장폐지하기도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31일부로 룩셈부르크 거래소에 상장돼 있던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 2,858주를 자진 상장폐지 했다. 거래도 안 되는데 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상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룩셈부르크에 상장된 주식의 수가 워낙 적은 데다 평소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지 거래소 상장에 따른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상장 유지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증시 부진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로 3년여의 기간 동안 해외 거래소에 DR을 상장한 국내 기업은 지난해 5월 싱가포르 거래소에 GDR을 상장한 OCI 단 1곳에 그쳤다. 지난 1990년 삼성물산이 첫 DR을 상장한 이후 해마다 한 곳 이상, 많게는 10곳까지 신규 상장을 해 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뉴욕과 런던ㆍ싱가포르 등에 상장돼 있는 28개 DR의 거래량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LG디스플레이 DR의 경우 8월 한달 동안 하루 평균 거래량이 37만2,160주에 그쳤고, 역시 NYSE에 상장돼 있는 포스코도 같은 기간 하루 18만4,000주가 거래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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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은 국내에서 발행된 주식(원주)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상장ㆍ유통되는 주식을 말한다. 통상 외국에서 한국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경우 주권행사나 환전, 제도차이 등의 문제가 있어 원활한 유통이 어렵다. DR을 발행해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 뒤 거래하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같은 불편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로서도 해외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외DR이 최근 국내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글로벌 증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재웅 예탁원 해외증권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증시도 부진하자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브릭스(BRICs) 등 다른 이머징국가의 기업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본시장 개방 이후 해외 DR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원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예전에는 국내 상장사들이 DR의 해외 상장을 통해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내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 쉬워지면서 굳이 DR 상장을 하지 않아도 좋은 투자처라면 외국인들이 알아서 투자를 한다"며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공시의무 등 각종 상장비용을 치르며 발행에 나설 만큼 해외DR이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다만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에는 해외진출과 자금조달 루트의 다변화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만 하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는 DR거래가 활성화 돼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지 기업들이 DR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DR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도 하고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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