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총액 가운데 기본급 비중은 57.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임금 가운데 수당 항목이 무려 23개에 달하는 기업도 있었다.
12일 고용노동부와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1,000곳의 임금구성과 상여금 지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월평균 임금총액 가운데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57.3%에 그쳤다.
나머지 임금은 고정상여금(11.8%), 통상적 수당(9.8%), 초과근로수당(8.7%) 등 각종 상여금과 수당이 채웠다.
특히 수당의 가짓수가 23개나 되는 사업장도 있었다. 근로자 수가 1,215명인 A병원은 의료업무수당, 위험수당, 가족수당,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 자녀학비 보조수당, 간호사 야간수당, 가계 안정비, 인수인계 수당 등 23개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여금과 수당의 지급 기준과 방법ㆍ대상도 사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고정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는 578개 기업이 상여금을 주는 주기는 매월(37.4%), 설ㆍ추석(33.4%), 격월(22.0%), 분기(13.5%) 등으로 다양했다.
보건ㆍ사회복지 서비스업은 매월(60.0%), 제조업은 격월(35.7%)로 지급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업종별로도 지급 주기에 편차가 있었다.
고정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준도 근무일 수(35.6%), 근속기간(23.9%), 직무ㆍ직급(27.2%), 고용형태(24.6%) 등으로 달랐다.
고정상여금 지급 대상도 천차만별이었다. 정기상여금을 주는 사업장 중 휴직ㆍ징계 여부 등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은 41%에 달했다. 지급 제외 대상도 휴직자 62.6%, 징계자 39.6%, 기간제ㆍ단시간 근로자 39.6%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임금체계 개선과 통상임금 해법을 논의하고 있는 임금제도개선위원회는 "복잡한 임금체계와 지급방식은 근로자가 임금 수준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고 임금 지급의 투명성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단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소송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노동계를 중심으로 상여금과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라는 '통상임금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임종률 임금제도개선위원장은 "조사 결과 50개 기업의 74%는 노사가 자체적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소송전으로 가면 노사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태 조사 결과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 등이 포함될 경우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과근로시간 단축(53%), 변동급 전환(25.1%), 수당 축소(29.8%) 등의 방법을 쓸 것으로 전망됐다. 세 가지 모두 근로자의 임금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임 위원장은 "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을 일괄적으로 확대할 경우 기업ㆍ근로자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통상임금 확대로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상여금ㆍ수당이 많은 대기업 근로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노사현장 실태를 충분히 반영해 통상임금 문제를 비롯한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