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연일 정부 군기잡기에 나서고 있다. '쇄신풍'에 힘입어 정책위의장으로 오른 그가 당정청 관계에서도 변화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이 정책위의장은 13일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에게 금융감독 및 녹색성장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총리실의 5세 이하 영유아 무상보육정책 발표를 질타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당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했다. 상당히 어리둥절했다"고 따졌다. 이어 그는"국회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당과 협의 없이 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보육에 노력을 기울이는데 느닷없이 총리실이 발표하니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혹해 하고 불쾌해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고용노동부의 출산 유급휴가 발표에 대해서도 "협의 없이 발표했다가 나중에 당의 협조를 못 받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질책했다. 그는 "앞으로 당을 무시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당을 무시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도 "충분히 (당정 간) 협의할 시간을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붙였다.
이 정책위의장은 전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보고를 듣는 자리에서도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강도원"이라면서 금감원 직원들의 저축은행 관리 소홀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진 그로서는 단단히 준비를 한 발언인 셈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다른 정책도 아니고 보육정책이나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민심과 가까운 정책에 당을 빼놓으면 되겠느냐"면서 "정부가 무신경한 건지 당을 무시하는 건지"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