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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도 톱밥 표고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산 표고 생산이 늘어나면 값싼 중국산 표고의 공세를 막고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표고를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충남 청양군 왕진리의 한 버섯 재배사에서 만난 정의용(48ㆍ사진)씨. 톱밥을 이용한 표고 생산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해 연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그는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연중 표고 생산이 가능한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청흥버섯영농조합 대표로 한국표고톱밥재배자협회를 이끌고 있기도 정 씨는 "현재 수입산 표고는 국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고 그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면서 "FTA가 체결되면 값싼 중국산 표고의 국내 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험 재배사 3동을 짓고 있으며, 이 곳에서 2년 정도 목표로 톱밥 표고 연중 생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원목 표고의 경우 버섯을 수확하기 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되는 반면 톱밥표고는 3개월이면 수확할 수 있다"면서 "톱밥 표고 기술을 보급하면 국내 농가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고가 고소득 작목으로 알려지면서 표고 재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표고를 재배해보겠다고 찾아옵니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을 그냥 되돌려 보냅니다. 1년 정도 충분히 표고에 대해 배우고 다시 오라고 권유하고 있죠. 아무 것도 모른 채 시작했다가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정 씨는 왕진리뿐만 아니라 인근 대흥리 등지의 100여개 비닐하우스에서 톱밥표고를 생산하고 있다. 버섯영농조합에 소속된 7명의 농가와 정 씨가 한해 생산하는 표고는 400톤, 연간 매출액은 35억원에 이른다.
정 씨는 "조합원 중 4명은 귀농자들인데 연 매출이 1억5,000만원이 넘는다"며 "제가 습득한 노하우를 모두 전수했고 이들 또한 열심히 배워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톱밥 표고로 성공한 임업인으로 자리잡은 뒤에는 10여년 간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정 대표가 표고에 발은 디딘 것은 지난 1990년. 서울에서 구청 토목직으로 근무하던 그는 표고농사를 하던 부친을 돕기 위해 고향 충남 부여로 내려왔다.
이 즈음 그는 대만 화교를 만났고 건표고를 대만에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대만을 방문했는데, 톱밥으로 표고를 재배하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를 도입해보자고 마음 먹었죠"
하지만 톱밥 표고가 기후적 여건 등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도 모른 채 연이어 도전했고 수 차례를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도중에 대만과의 단교로 더 이상 대만에서 기술을 배울 수 없는 위기도 닥쳤다. 다행히 중국으로 건너간 농가 일부로부터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지난 2002년 정 씨는 톱밥 표고 재배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2004년께 톱밥 배지 상단부로 표고가 나오는 비율을 50%이상 높였다.
톱밥 표고는 국내 표고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국내 시장은 과거 원목 표고가 전부였지만 이제 톱밥 표고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원목 표고 농가가 줄어들고 톱밥표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한ㆍ중FTA가 시행될 경우 중국산 건표고 및 생표고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수입기준을 강화해 국내 표고농가를 보호해야 한다"며 "국내 표고 농가 또한 친환경 표고를 생산하는 한편 지리적표시제 도입 등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2004년 신지식임업인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5년 농어촌발전대상을 받았고 2012년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농수산대 현장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의용 대표가 충남 청양군 왕진리 소재 톱밥표고버섯 생산 비닐하우스에서 배지로부터 올라오고 있는 표고버섯을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