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세금·사채까지 의료비로… 메디컬푸어 54만가구

■ KDI 건강보험 정책 방향<br>암보다 고혈압·당뇨병 등이 저소득층 계층 하락 부추겨<br>고령화 시대 건강·의료정책 만성질환 중심으로 전환을



고혈압·당뇨 환자들 등골 오싹한 소식
전세금·사채까지 의료비로… 메디컬푸어 54만가구■ KDI 건강보험 정책 방향암보다 고혈압·당뇨병 등이 저소득층 계층 하락 부추겨고령화 시대 건강·의료정책 만성질환 중심으로 전환을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아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54만에 달하는 가구가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빼거나 사채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보다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 저소득층의 계층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생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만성질환이 당장 생명에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가계에는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고혈압∙당뇨 유병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건강보험의 정책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고령화를 준비하는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빼거나 사채에까지 손을 벌린 가구는 각각 41만가구, 13만가구에 달했다.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의료비에 지출하는 일명 '재난적 의료비'에 시달리는 가구는 281만7,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가구들은 결국 빈곤층으로 굴러 떨어지거나 빈곤층에서 머물게 될 가능성이 커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


문제는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가 중증질환 비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가구 중 고혈압이나 당뇨 유병자가 있는 가구의 비중은 각각 27.8%, 17%에 달해 근골격계질환(7.1%), 중풍∙뇌혈관질환(3.7%), 대장∙직장암(1.3%), 유방암(1.2%), 위암(1.2%) 등보다 훨씬 높았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가계살림에는 더 큰 위협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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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우리 건강보험은 치료비용 보조에 집중하면서 암과 같이 인지도가 높은 특정 질환을 더 배려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암이나 일부 뇌혈관∙심장질환 수술은 산정특례제를 적용해 환자 본인 부담액을 줄여줬지만 이 과정에서 기타 만성질환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

실제로 의료비 중에서 건강보험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살펴보면 암과 심장질환 등의 질병은 80%에 육박해 평균 62.7%를 크게 뛰어넘었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중증질환이 더 많은 수혜를 입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만성질환에 초점을 맞춘 보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현재 1,070만명선인 고혈압∙당뇨 환자는 오는 2040년 1,840만가구까지 치솟아 2명 중 1명꼴로 약봉지를 달고 살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질병구조가 변화하면 의료 정책의 중심 역시 이동해야 하며 의료 정책의 주요 수단인 건강보험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성질환이 중증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가계부담을 덜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30~64세의 만성질환 유병자의 경우 증상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조절률이 고혈압 36.6%, 당뇨 28.2%에 불과해 경제파탄의 적신호가 이미 켜졌다는 지적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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