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머니포커스] 독자적인 방식으로 소자본 창업하기

그러나 가끔 체인의 달콤한 유혹은 「장미빛 환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장사가 될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해 창업자를 끌어 들여 놓고 폭리를 취한 뒤, 다른 먹이감을 찾아 떠나는 악덕업자도 많다.차라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은 점포라도 꾸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야채·과일 가게 유명한 전자회사의 과장이던 이영수씨(37)는 IMF 여파로 퇴직한 뒤 야채 과일 가게를 하기로 했다. 큰 돈은 못벌어도 안전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우선 그는 도매시장과 다른 점포들의 장·단점을 달포 가량 분석한 뒤,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 길목의 분식점 자리 15평을 얻어 야채 과일 가게를 창업했다. 보증금 3,000만원(임대료 월 60만원), 권리금 2,000만원, 점포 수리비 1,000만원, 초도 물품비 500만원 등 모두 6,500만원이 들었다. 李씨는 점포를 수리하면서 「농수산물 도매 산지 직송 ○월 ○일 개업, 기대하세요」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었다. 개업한 뒤 철저하게 「박리다매」전략을 구사했다. 싱싱한 물건을 싸게 팔면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식으로 손님도 좋고, 야채 과일 가게의 골칫거리인 재고도 남지 않아 좋았다. 밤에 물건이 남으면 단골손님에겐 덤으로 줬다. 그래도 도매업자로부터 물건을 싸게 사기 때문에 마진이 꽤 남았다. 『그 가게 싱싱하고 싸게 팔더라』는 소문이 나자 李씨는 생선과 쌀도 취급했다. 주부뿐 아니라 식당·사무실·공장·학교에서 단체 주문이 늘었다. 현재 하루 매출은 100만원 이상. 명절 등 특수 시즌에는 매출이 3~4배나 늘어난다. 李씨는 『앞으로 큰 점포로 이전해 슈퍼마켓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라며 『처음에 싸고 많이 준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곱창집 서울 남가좌동에서 3평짜리 「왕십리곱창」을 운영하는 김순녀씨(53)씨. 허름한 가게 놓인 식탁은 대부분 만원을 이룬다. 도시락 용기에 곱창을 포장해 2,000~3,000원에 팔아 시장길의 주부나 퇴근길 직장인, 학생을 사로 잡는다. 오후에는 주문 전화도 심심치 않게 울려 댄다. 金씨는 4년 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빚 보증까지 잘못 서 월 15만원짜리 사글세방 신세를 져야 했다. 남편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직접 파출부로 나섰다. 우연히 곱창집에서 며칠간 일하게 됐는데, 싸고 맛이 좋아서인지 소주 한 잔 하려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이거다』 싶어 그 곳에서 두 달간 일하며, 부지런히 가게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마침 서울 가요 테이프를 팔던 허름한 가게를 발견했는데, 볼품은 없었지만 시장과 은행, 정류장을 가려면 지나쳐야 하는 목이 좋은 곳이었다. 더욱이 권리금이 없고 보증금도 300만원(월세 20만원)에 불과했다. 계약한 뒤 우선 벽과 천장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조리대와 철판·식탁·의자·식기류를 200만원에 구입했다. 곱창은 마장동이나 남대문 도매시장에서, 양배추·대파·깻잎은 동네시장에서 샀다. 곱창과 어울리는 순대도 새 메뉴로 추가했다.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싱싱한 순대를 받을 수 있었다. 하루 매출은 20~30만원선. 휴일이나 비오는 날, 겨울에는 갑절로 뛴다. 이제는 빚도 웬만큼 갚고, 집도 5,000만원짜리 전세로 옮긴 金씨. 『곱창요리는 냄새만 잘 제거하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다』며 『작은 점포에서 부부가 소자본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광본기자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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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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