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세계의 사설] 일본경제와 오부치총리의 과제

(파이낸셜 타임스 6월 22일자)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오랜만에 플러스로 반전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오르는 등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로 고무된 분위기지만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여전히 일본 경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플러스 성장이라는 통계 수치는 그에게 경제회복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심어줬을지도 모른다. 지난 1·4분기에 일본 경제가 1.9% 성장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은 바 크지만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성장률이 7.9%에 달해 당초 기대치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플러스 성장은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가 증가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다른 경제통계수치들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그래서 일부 분야의 예외적인 호조도 2·4분기에 다시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 큰 문제는 일본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날이 갈수록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또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디플레가 나타날 수도 있다. 더욱이 아시아 경제회복에 힘입어 일본 수출이 살아나면서 경제회복에 강한 추진력을 달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깨지고 있다. 일본 수출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오부치 총리가 경제회복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그 동안의 경제정책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낙관적인 기대를 갖게 했지만 정부 입장에서 경제회복을 더욱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는 추가조치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최근 엔화 약세를 고수하려는 것도 이같은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의 변화를 계속 막아낼 순 없다. 또 추경예산을 편성, 경제를 부양하는 것도 갈수록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국채발행을 통한 경제부양은 국채 이자율을 올라가게 해 결국 경제회생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본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경제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일본 경제가 실제적인 회복세로 들어서기 위해선 경제구조 자체가 바뀌어져야 한다. 이것이 일본 경제와 오부치 총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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