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55년째 독점하고 있는 주식 거래가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에 따라경쟁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신제윤 부위원장 주재로 제 5차 자본시장 제도개선 민관합동위원회 회의를 열고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끝에 ATS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대형거래소간 합병이 일어나면서 각 거래소들이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투자자 서비스를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세계 자본시장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ATS를 도입, 한국거래소(KRX)와 경쟁시켜 국내 주식거래시장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데 민관위원들이 모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이 밝힌 ATS 도입안에 따르면 ATS를 정부의 인가를 얻어 설치할 수 있는 ‘업자’로 정의하되 적정수준의 최소자기자본을 설정토록 했다. 자본 수준은 지난 2001년 설립돼 2005년 3월말까지 시간외거래를 담당했던 한국ECN증권의 자본금 265억원과 KRX매매시스템 구축 비용 300억원, 현행 투자매매업 요건 500억원 등을 참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주식 거래라는 공공재의 성격이 있는 만큼 1인당 주식 보유한도를 설정해 개인 소유화되는 걸 막고, ATS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를 담당하게 되면 정식 거래소로 전환, 거래소에 준하는 규제를 받도록 하는 안이 제시됐다. ATS의 거래 대상은 우선 상장주식으로 제한하지만 비상장 기업 발굴 활성화를 위해 대형 투자은행이 자체적으로 주문 집행업무를 가능케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 안정화와 불공정거래 규제와 같은 투자자보호장치는 거래소 수준에 맞추되 호가단위와 거래시간, 수수료, 익명 거래 등 매매관련 규제는 거래소보다 완화해 ATS의 성장을 유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KRX가 청산기능과 시장감시 기능을 맡지만 중장기적으로 KRX와 ATS간 경쟁체제가 확립되면 ATS거래에 대한 별도의 청산기구 설립을 허용하고 독립적인 자율규제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KRX의 거래비용은 2008년기준 세계 47개 거래소 중 38위에 그쳤으며 매매체결 속도도 주요 거래소보다 한참 뒤쳐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참석한 민관위원들은 ATS를 만들면 경쟁체제가 도입돼 KRX의 서비스 또한 향상될 거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ATS 도입에 대한 상당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올해 중 법 개정에 성공한다면 내년 상반기 규제 보완과 설립작업을 마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 쯤 ATS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청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청산기구 인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외파생상품 청산서비스 제공기관이 없는 상황으로 G20 합의에 따라 2012년까지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청산이 의무화되는 만큼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금융위는 이번 합동위원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여론 수렴을 한 뒤 자본시장 제도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