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유엔에 북극 인근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정식 제기하며 북극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덴마크의 선전포고를 계기로 미답의 천연자원 보고로 알려진 북극 영유권을 놓고 캐나다·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분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덴마크는 15일(현지시간)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UNCLCS)에 그린란드 주변 해저 90만㎦의 영유권을 덴마크가 갖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식 제출했다. 북극해 인접국 가운데 유엔에 영유권 주장을 공식 제기한 곳은 덴마크가 처음이다.
덴마크는 북극점 주변 로모소노프 해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대륙붕에 이어져 있다는 점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마르틴 리데고르드 덴마크 외무장관은 "영유권 주장을 위한 증거수집에 꼬박 12년의 시간과 3억3,000만덴마크크로네(약 5,500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갔다"며 "과학적 데이터는 덴마크가 북극 영유권 및 에너지 개발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북극해에 영토를 접한 국가는 미국·캐나다·러시아·덴마크·노르웨이 등 총 5개국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1994년에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자국 영토에서 200해리(약 370㎞) 떨어진 바다까지만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넘어선 북극점 인근의 바다는 공해로 남아 있다.
북극해 주변국들은 대륙붕이 자국 영토에서 연장됐다는 사실을 확인 받으면 영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북극 인근으로의 영향력 확장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내년 봄 북극을 포함하는 해저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UNCLCS에 대륙붕 연장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며 캐나다도 지난해 대륙붕 연장 신청 계획을 발표한 뒤 현재 증거자료를 수집 중이다.
북극 전문가인 롭 휴버트 캘거리대 교수는 "주변국들이 북극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수천만달러를 쓰고 있다"면서 "북극으로 전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이 북극 영유권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지역이 석유·천연가스 등이 풍부한 얼마 남지 않은 미개발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북극권에 최대 1,600억배럴의 석유와 44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 니켈·철광석·구리·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광물자원도 북극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을 덮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신규 항로로서의 경제성도 주목 받고 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척되기 시작한 북극 항로의 연중 운항 가능 기간은 현재 4개월이지만 최근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며 이 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이동할 때 북극 항로를 거치면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운항시간을 10일가량 단축할 수 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는 거리가 2만2,000㎞에 이르지만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절반 수준인 1만5,000㎞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