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비즈니스입니다. 범법자였다고 해도 비즈니스와 구분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국내 대기업 오너 모두 한번씩 법을 어긴 범죄자가 아닙니까."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사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베트남 사업을 지원했던 사연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기업활동에 대한 소신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베트남 출장을 갔을 때 지난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태광실업에 도움을 주게 됐다"면서 사연을 소개했다. 박 차관에 따르면 현지에서 베트남 최고기업 수준인 4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평가가 아주 좋은 태광실업은 45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초대형 화력발전소 수주를 추진하기로 베트남 정부와 구두계약을 했지만 박연차 게이트로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초 박 전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 3월에 어렵게 베트남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제는 베트남 정부에서 박 차관이 속한 정부 대표단이 온다고 하자 사실상 본계약인 POA 계약을 한국 정부 대표단 입회하에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실무 선에서는 이를 꺼렸지만 거절하면 한국 정부가 프로젝트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 돼 박 차관이 결단을 내리게 됐다. 이에 따라 발전소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게 됐고 석탄광 개발 MOU도 함께 체결했다. 박 차관은 "박 전 회장과 따로 만난 적도, 커피 한잔 마신 적도 없는데 이렇게 일이 됐다"며 "밑에서는 구설수를 걱정해 근처에도 못 오게 하려 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화력발전소를 수주하면 해외에서 석탄 구매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국내 석탄을 사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박 차관은 "해외에 나가면 이런 일이 많고 잘못하면 구설수와 오해에 휩싸인다"며 "이번 일은 국익을 위해 접촉했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가 진짜 잘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시장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박 차관은 "현재 1조달러가 넘는 세계시장은 식량ㆍ자동차 딱 2개인데 오는 2020~2030년이 되면 물ㆍ원전ㆍ의료기기ㆍ신재생에너지ㆍ관광 등 5개 시장이 더 (1조달러 규모로) 열릴 것으로 본다"며 "대부분 지경부와 직ㆍ간접적인 영향이 있어 지금부터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인의 처신에 대해 박 차관은 "정치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