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 지역의 남일당 건물. 서울 한복판 그곳에서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 등 6명이 불에 타 목숨을 잃었다. 생존을 위해 망루에 올랐던 이들, 이들의 진압을 위해 투입된 사람 모두 화마에 휩싸여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용산 참사'라 말하는 이 비극을 두고 어떤 이들은 철거민의 불법폭력시위가 참사의 원인이라고, 어떤 이들은 공권력의 과잉진압이 참혹한 사건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홍지유, 제작 연분홍치마)은 '그을린 25시간의 기록'을 냉정한 시각으로 담아낸다.
영화는 철거민의 목소리, 유족의 눈물로 연민을 호소하지 않는다. 2009년 1월 19일부터 사건 당일인 20일 새벽까지 현장에 있었던 카메라(경찰 측 채증 동영상, CCTV, 인터넷방송 칼라TV, 인터넷방송 사자후TV)에 담긴 영상들과 경찰특공대의 법정 증언 녹취록을 토대로 사건을 차분하게 재구성한다.
영화 속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다. 생존 터전을 지키기 위해 막다른 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철거민들, 윗선의 명령과 주입된 사명감을 갖고 작전 수행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경찰특공대원 모두 우리가 감싸 안아야 할 대상이다.
"철거민도 죽은 동료도 사랑하는 우리 국민입니다."아비규환, 생지옥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경찰특공대원의 진술서 글귀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들을 생지옥으로 내몬 이들은 누구인가. 유가족의 동의 없는 시신 부검, 사라진 3,000쪽의 수사기록, 중요 부분이 삭제된 채증 영상, 특공대원들에게 망루 내부 설계 구조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투입시킨 정황 등을 마주하며 관객들은 그날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
지난달 21일 16개 개봉관에서 출발한'두 개의 문'은 개봉 8일 만인 29일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총 관객 3만명 이상을 동원했던 올 상반기 최고 흥행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보다 빠른 흥행 속도이며, 2009년 독립영화 신드롬을 일으켰던 '워낭소리' 이후 최단 기간 1만 명 돌파 기록이다.
"감정이 모든 걸 압도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연출자들(김일란·홍지유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정치적 성향에서 한 발 물러서서 '그을린 25시간의 기록'을 담담하고 냉정하게 전한다. 연출자의 목소리는 숨긴 채 팩트(사실)에 근거한 영상, 음성자료만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얼개를 탄탄히 만들어낸 것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의도된 그 치밀한 짜임새가 외려 더 껄끄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냉정함과 객관성을 말하지만 여전히 선동적인 부분이 다분하다 여겨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의 몫. 법정 시시비비는 가려졌지만 용산 참사의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상영 중.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