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완벽한 영화 히치콕의 '현기증'


금발 미녀에 미친 사이코가 만든 '최고의 영화'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완벽한 영화 히치콕의 '현기증'




























영국 영화학회가 발간하는 세계 최고의 영화잡지인 '사이트 & 사운드'는 지난 8월호에 역대 탑50 영화를 발표하면서 제1위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심리 스릴러 '버티고'(Vertigoㆍ1958)를 뽑았다. 제2위는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Citizen Kaneㆍ1941).

잡지는 지난 1952년부터 시작해 매 10년마다 역대 탑50 영화를 발표해 왔는데 '버티고'는 이번에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846명의 비평가와 학자 및 영화관계 업자 등을 상대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버티고'가 지난 1962년 이래 반세기간 계속해 제1위 자리를 지켜온 '시민 케인'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올랐다는 점.

한국에서는 '환상'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된 '버티고'(현기증이라는 뜻)는 한 남자의 금발미녀에 대한 집념을 그린 매우 우울한 영화다.


고지공포증자인 샌프란시스코의 은퇴형사 스카티(제임스 스튜어트)가 자기가 미행하는 금발미녀 매들렌(킴 노박)을 깊이 사랑해 그녀에게 집념하나 사실 매들렌은 타인으로 위장한 하나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스카티는 자기가 보는 앞에서 매들렌이 수녀원 종탑에서 추락사한 뒤 매들렌으로 위장했던 주디(역시 킴 노박)를 만나 이 실존하는 여인을 존재하지 않았던 매들렌으로 변환시키려 하다가 주디도 매들렌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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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자신의 작품에 나온 금발 미녀들인 티피 헤드렌, 그레이스 켈리, 에바 마리 세인트 및 베라 마일스 등에 집념했던 히치콕의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되겠다.

작달막한 키의 배불뚝이 뚱보로 부루퉁한 입술과 무거운 눈꺼풀 그리고 서양호박처럼 큰 머리를 지녔던 히치콕은 생전 금발미녀들에게 병적으로 집착했던 '사이코'였다. 그러나 자신에겐 이 금발미녀들이 화중지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히치콕은 영화에서 이 여자들을 죽여 버리거나 잔인하게 학대하며 화풀이를 했었다.

'버티고'는 냉철한 기술적인 면이 예술성을 앞서 가다시피 하는 탁월한 영화로 절망적으로 로맨틱하다. 미로 같은 플롯과 히치콕의 단골 음악작곡가 버나드 허만의 귀기 서린 로맨틱한 음악과 함께 키스하는 스튜어트와 노박을 감싸 안고 회전하고 또 목표물을 향해 급하게 카메라가 줌하는 촬영 등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한 영화라고 하겠다.

한편 이 잡지가 봉준호와 우디 알렌 등 전 세계 총 385명의 감독을 상대로 조사한 역대 탑10에서는 '도쿄 스토리'가 1위를 그리고 '시민 케인'과 '2001: 우주 오디세이'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버티고'는 7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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