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조계 스포트라이트] '부패전쟁'의 저자 부경복 변호사

재정적자로 비틀거리는 美<br>부패 취약한 한국 겨냥할 것


"신용평가지수 다음은 부패지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할 또 다른 위기를 전망한 책 '부패전쟁'의 저자 부경복(39ㆍ사진ㆍ사법연수원 29기) TY&Partners 대표변호사는 인터뷰 중에 몇 번이고 이 말을 언급했다. 그는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가 자신의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부패지수(CPI)'라는 칼을 꺼낼 거라 예상했다. 그리고 그 칼날이 향하는 곳은 기업지배구조와 문화로 상대적으로 부패문제에 취약한 한국이라고 말했다. 언뜻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모르는 주장이지만 한반도를 벗어나 넓은 곳을 향해 눈길을 돌려보면 곧 힘을 얻는다. 엄청난 재정적자로 비틀거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미국은 지난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을 만들었지만 개인과 해외기업의 부패를 철저하게 단속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미국은 이 법을 근거로 굵직한 해외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APG자산운용 같은 세계적인 큰손들도 기업의 부패문제를 고려해 투자처를 결정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도 부패 정도를 반영한 국가 신용도를 매기기 시작했다. '유엔반부패협약'이나 올해 초 발효된 국제표준 ISO26000(기업의 사회책임활동 인증을 위한 국제적 표준)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따지는 것이 당연해진 BIS 비율이나 기업의 신용도처럼 부패지수가 등장할 경제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렇다면 법을 다루던 변호사가 왜 갑자기 세계 경제를 뒤흔들 패러다임에 대해 논하게 됐을까. 답은 그가 변호사로서 쌓아온 경력에 있었다. 지금은 열 명 남짓한 변호사들과 부패 관련 사건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기업에 자정(自淨)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부 변호사지만, 연수원을 마치고 취직한 첫 직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였다. 그곳에서 그는 기업 총수들의 횡령배임 사건이 터질 때 '원만한 법적 해결'을 궁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검찰이 재벌 총수의 비리에 대해 칼날을 휘두를 때 검찰청으로 또 구치소로 바삐 움직이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깨지지 않는 부패의 고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고리의 근원은 부패를 비윤리적인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 있었다. "김앤장을 나와 외국 기업을 직접 상대하다 보니 한국 기업들의 문제를 예전보다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한 그는 "우리 기업들은 한번 부패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벌백계 하겠다'고 호통을 치지만 이런 시각으로는 10년이고 20년이고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부 변호사는 "부패문제가 터지면 환부만 쉽게 도려낼 수 있는 다른 나라 기업과 달리 강력한 오너십 때문에 부패문제에 취약하다는 우리 기업의 특성을 경쟁자인 외국기업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심지어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포춘500대 기업CEO는 '한국기업을 이기기 위해서는 (부패관련)약점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는 ▦국제적인 부패지수 기준을 파악해 이를 근거로 기업을 평가하는 국내기관이 세워져야 하고 ▦개인이 아닌 시스템이 부패를 만든다는 자각과 해결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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