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동화 사회/홍인기 증권거래소 이사장(로터리)

지난 80년대 초 대우조선에 몸담고 있을때 인도에 출장가서의 이야기다. 뉴델리에서 뭄바이에 전화를 거는데 도저히 연결이 안되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전화통에 매달리다 지쳐서 결국 서울로 전화하여 서울서 거꾸로 뭄바이에 전화를 한 후 겨우 연락을 취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그런데 이와같이 통신설비가 낙후됐던 인도가 어느새 최첨단설비를 갖추고 인도인의 우수한 두뇌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정보 소프트웨어」를 해마다 5억달러 이상씩 수출하는 정보화 선진국이 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아프리카 오지인들도 위성통신을 사용하고 있고 유선전화가 부족한 북경에서도 길거리 어디에서나 핸드폰 사용이 쉽게 눈에 띄는 실정이 됐다. 이미 우리는 몇해전 걸프전쟁당시 미국의 CNN방송이 전쟁상황을 보도하면서 스포츠 중계하듯 실시간으로 세계 각처의 안방으로 전파를 보내던 정보통신의 위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 소프트」의 급속한 발달은 급기야 우리의 사고와 생활패턴을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변모시키고 있다. 얼마전 내한한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니치씨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사람이 직장을 찾는 것이 아니고 직장이 사람을 찾아다니며 일정한 일감이 전화나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 전역에서 인력을 찾는다고 강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직장개념이 바뀌어 회사, 병원, 학교, 관청 등은 지리적 공간적 제한을 벗어나 도심을 피해서 공기나 물이 좋은 지방에 자리잡는 도시공동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Mobile Office나 재택근무의 탈회사 추세가 보편화되어 가고 있으며 또한 많은 기업이나 산업의 본거지가 지방의 작은 도시나 마을로 옮겨 가고 있다. 사우스 다코다주의 시골구석에 「시티 카드」본사가 있는가 하면 조지아주의 한적한 곳에는 카펫회사들이, 뉴저지주에는 의약품 메카가 있고, 이제 캘리포니아주 샌 호제이의 「실리콘 밸리」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도시집중이 심화되어 교통난이나 공기오염을 걱정하는 우리에게는 실로 반가운 희소식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우수한 두뇌가 미국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풍토에서 빛을 발하고 오늘날 몇몇 개인의 탁월한 능력이 전인류에 편리성을 제공하거나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창출해 주는 것을 보듯이, 우리사회의 진정한 정보 「마인드」를 고무하고 구축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생각한다. 다행히 우리는 여타의 자원은 빈약할지라도 우수한 두뇌의 인적자원이 풍부하여 미래가 무척 밝다고 보겠다. 요는 이러한 우수인력이 잘 자랄 수 있는 정보 소프트분야의 저변이 확대되어야 하겠으며 또한 이들의 창의성이 폭넓게 수용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성숙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증권시장의 호황에는 벤처캐피털의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이와같은 벤처기업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정보, 통신 등 첨단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직접금융시장에서도 활력을 불어넣으며 미국의 선진 정보사회를 리드해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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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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