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추경호 부위원장이 모두 참석하는 이변(?)이 생겼다. 장차관이 행사에 동시에 참석한 예는 거의 없다.
이변의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사실 김 위원장은 이날 강연을 위해 28쪽에 달하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준비했다. 의례적으로 몇 마디를 하는 게 아니라 강연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 금융의 현주소와 과제를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적나라하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 하지만 전날 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뒤 대통령 주재 장관회의가 이날 아침 갑자기 소집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그는 못내 아쉬운 듯 전날 1박2일 버스투어를 마치고 자정께 돌아와 피곤한 몸에도 직접 글을 써 10분 동안 연설을 한 뒤 자리를 떴다.
그래도 정확한 메시지는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대리 강연이었다. 두 사람은 금융정책라인에서 20여년간 한솥밥을 먹으면서 눈빛만 봐도 의중을 파악할 정도다.
어쩔 수 없이 바통을 이어받은 추 부위원장은 "이 자리는 추경호가 아니라 '추석동'이 돼 열심히 강연을 해보겠다"면서 폭소를 유발했다. "어젯밤 10시30분에 자료를 받았다. 유탄을 맞았다"고 당혹감을 보였지만 그의 꼼꼼한 강연은 250여 CEO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 CEO는 "추 부위원장이 새롭게 얻은 '추석동'이라는 별명, 위기 순간에서 흐트러짐 없었던 수장과 부수장의 호흡은 당분간 회자될 것"이라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