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한국경제, 용의 등에 올라타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201505


예로부터 용(龍)은 중국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로 모든 동물의 왕이자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초월적인 존재로 여겼다. 중국인들은 자신을 '용의 후손(龍的傳人)'이라고 생각했으며 수많은 중국 전설과 지명에 용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1816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중국은 잠자는 사자다. 그 사자가 일단 깨어나기만 하면 세계를 진동시킬 것"이라며 당시 중국을 경시하는 유럽인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20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잠자는 사자'가 아니라 '나는 용(飛龍)'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FTA로 거대 '제2 내수시장' 품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1일 정식 서명됐다. 지난해 11월 한중 양국 정상이 타결을 선언한 지 6개월여 만이다. 1992년 처음 국교를 맺은 이래 두 나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특히 경제 부문의 협력관계가 크게 확대돼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제2위의 투자 대상국이다. 우리나라 또한 중국에 세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이다. 연간 약 800만명의 국민이 왕래하고 일주일에 800회의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이런 두 나라에 FTA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FTA는 단순히 무역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인적 교류를 늘리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한미 FTA보다 더 큰 함의를 가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중 FTA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연합(EU)·중국 등 글로벌 3대 경제권과 FTA 네트워크를 완성해 자유무역 허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를 미국·EU의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미국·EU·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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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 시장에서 경쟁기업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춰 중국 수출과 투자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는 2015년 5조7,000억달러, 2020년에는 9조9,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전 세계 기업들이 중국 시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는 지리적 근접성과 FTA를 무기로 중국 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품게 됐다.

특히 한중 FTA에서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소비재와 차세대 첨단부품까지 개방함에 따라 가공무역 중심이었던 대(對) 중국 수출구조가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최종 소비재로 바뀌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그동안 대중 비즈니스 애로사항으로 지적해온 통관·인증·지재권 등 비관세장벽 해소를 통해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회, 한·중 FTA 조속 발효 나서야

최근 한국 경제는 내수시장 침체와 산업경쟁력 약화, 투자부진, 잠재성장률 저하 등 성장동력이 약해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대외적으로는 엔저까지 겹쳐 고민이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체결된 한중 FTA는 미래 성장동력의 불씨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렵게 마련된 기회인 만큼 조속히 발효에 이를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모두 더 관심을 가질 것을 요청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 비트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그 성장에 합류하라"고 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중국이라는 용의 등에 올라탄 것이다. 비상하는 용과 함께 한국 경제도 힘차게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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