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가공무역 수입 금지품목이 10년 새 5배나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우리의 대중국 수출액 중 절반 이상은 여전히 중국의 가공무역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김용복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 등은 '금융위기 이후 무역환경 변화와 우리나라의 수출' 보고서에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등의 자료를 인용, "중국 가공무역 금지품목이 지난 2004년 341개에서 지난해 1,871개로 5.5배 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금지 품목도 과거에는 비료, 중고 전자제품 등에서 최근 강철판, 철 파이프 등으로 고도화·다양화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저부가가치 부품을 수입해 단순 조립한 후 재수출하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가공무역 제한정책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가 10여 년에 걸쳐 가공무역 억제책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중국의 가공무역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 가운데 가공무역 비중은 2007년 54.2%에서 2013년 47.6%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해 51.9%로 반등했다. 중국 사양산업에 우리 수출이 기대고 있다 보니 대중국 수출액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1,453억달러로 2013년보다 0.4% 줄었다. 감소 폭은 2009년(-5.1%)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다. 올 들어서도 4월까지 2.5% 감소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빈부격차 심화, 세계 무역성장률 둔화 등도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금융위기 직후에는 선진국에서 건설업 노동자 등 저소득층이 대량 실업한 반면 위기 회복기(2009년 이후)에는 전문직 취업자가 늘어났다"며 "평균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이 돈을 못 벌다 보니 수입이 줄었고 우리의 대선진국 수출도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세계 교역량도 2000~2007년 연평균 7.2%씩 성장했지만 지난해 3.4%로 반 토막 나는 등 위축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 우리 주력 수출품을 뒤쫓고 있는 점과 미국·영국 등이 제조업 본국 회귀 전략으로 수입을 줄이고 있는 점도 우리 수출에 악재다.
김 차장은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에 대비해 대중국 수출품목을 중간재에서 소비재 및 완제품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출지역도 중국에 집중된 데서 탈피해 다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핵심기술 강화, 신제품 개발 및 차별화, 생산의 효율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한편 정부는 다음 중 수출촉진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