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헤지펀드 대가들 헛다리 투자로 쓴잔

그로스·폴슨·버코위츠 잘못된 예측으로 '마이너스 투자자' 불명예


"미 국채를 더 갖고 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경기예측을 잘못 한 건 우리의 실수였다"(채권왕 빌 그로스) 글로벌 펀드시장에서 높은 수익률로 승승장구하던 헤지펀드의 대가들이 최근 잘못된 예측을 근거로 공격적인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남다른 투자전략과 혜안으로 시장을 주무르던 투자 대가들이지만 요즘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에서는 헛다리를 짚는 바람에 쌓아놓은 돈을 까먹고 '마이너스 투자자'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공동 최고 책임투자자(CIO)는 미 국채를 잘못 투자해 망신살이 단단히 뻗쳤다. 그가 운영하는 토털리털 펀드는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올 2월 2,44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전량 매도했다. 하지만 미 국채 가격이 예상과 달리 연일 상승하면서 수익을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현재 토털리털 펀드는 수익률 기준으로 전체 채권 펀드 589개 가운데 501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그로스 CIO가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것은 미 경기 전망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초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5%수준이었을 때 "미국 경제 성장률이 2%를 지속할 것이며 대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미 국채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 또 FRB가 6월말 2차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미 국채를 내던졌다. 하지만 그로스의 전망과 달리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8월 초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미 경제전망이 속속 하향 조정되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투자자가 몰려 오히려 미 채권 가격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지난 18일에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61년만에 2%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채를 더 샀어야 했다"며 투자 실수를 인정했다. 토털리털펀드는 뒤늦게 미 국채를 사들이고 있지만 현재 수익률이 3.2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폴슨 앤 코의 창립자 존 폴슨의 명성도 바닥에 떨어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베팅해 주머니를 불렸던 그는 이번엔 반대로 미 은행 회복에 돈을 걸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그가 운용하는 어드밴티지플러스 펀드는 올 들어 39% 손실을 기록했다. 그가 대규모 손실을 본 것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대혼란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대량 투자했던 시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등의 주가는 미 부채 증액 협상 난항으로 7월부터 슬금슬금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8월들어 올 초 대비 반토막이 났다. 그는 뒤늦게 주식 처분에 나섰지만 손해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치투자'로 펀드시장에서 돈을 잃어본 적이 없는 미국 뮤추얼 펀드의 대가 브루스 버코위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가 이끄는 페어홀름 펀드도 은행주에 계속 발을 담그고 있다가 지금까지 26%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펀드평가사 리퍼(Lipper)에 등록된 뮤추얼 펀드 311개 중 최하위다. 전문가들은 투자 거물들도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매번 이익을 내는 게 어렵다고 지적한다. 자산 관리 컨설턴트 데니스 바스틴은 "유럽 및 미국발 악재로 금융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손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크게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폴슨은 달러자산을 팔아치우고 금에 투자한 뒤 일부 손실을 만회해 '종이 호랑이'가 아님을 증명했다. FT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투자 거물들의 동향을 주시하며 자신들의 돈을 계속 맡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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