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상승장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12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후 레버리지 펀드(ETF 포함)에서 총 4,957억원이 순유출됐다. 레버리지 펀드는 증시가 상승하면 배로 수익을 내고 하락하면 더 큰 손실을 보는 펀드로 연초 후 증시가 상승랠리를 펼치면서 수익률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3월 이후 증시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무너지자 레버리지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실제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레버리지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많은 ‘NH-CA 1.5배레버리지인덱스 [주식-파생]ClassA’는 연초 후 수익률이 17.09%에 달해 주식형 펀드 평균(8.82%)의 2배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지만 991억원이 빠져나갔다. 레버리지 ETF에서 설정액이 가장 많은 ‘삼성KODEX레버리지상장지수[주식-파생재간접]펀드도 연초 후 3,912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펀드의 경우 추가 증시 상승 기대감이 고조됐던 2월에는 763억원이 유입됐지만 이후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자 3월이후 지금까지 985억원이 빠져나갔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연초에는 증시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환매가 이뤄졌지만이후 증시가 2,000선에서 장기간 오래 머물고 최근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심리적 부담이 증폭되면서 레버리지펀드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중 유일하게 레버리지 펀드가 설정된 중국 레버리지 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초 열린 중국 양회(전인대ㆍ정협)에서 중국 당국이 특별한 경기 부양책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올해 목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자 상승 가도를 달리던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중국 레버리지 펀드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자산운용이 중국 증시 상승 기대감에 힘입어 야심차게 출시한 ‘현대차이나대표기업레버리지 1[주식-재간접파생]종류 A’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0.23%를 기록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펀드는 2월 출시와 함께 8억원을 모집했지만 3월에는 단 1억원만 순유입됐다.
‘미래에셋차이나H레버리지분할투자자[주식-파생재간접]종류 A’의 연초 후 수익률은 10.23%에 이르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23%로 좋지 않다.
이처럼 레버리지 펀드가 고개를 숙이면서 반대로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펀드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인버스 펀드의 연초 후 평균 수익률은 -7.61%를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640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설정액이 6,711억원에 달하는 인버스 ETF의 절대강자 ‘삼성KODEX인버스상장지수[주식-파생]’에는 연초 들어 1,844억원이 들어왔다.
이은경 제로인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인버스 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여전히 주식 변동성이 큰 만큼 개인 투자자의 경우 레버리지나 인버스 펀드 한 쪽에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