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모라토리엄설까지…금융계 ‘술렁’/환율 2,000원대 환시장 표정

◎“환율수준 무의미” 딜러들 체념 분위기/매입자제 은행까지 가세 폭등 부추겨/정부 신용바닥 “보증도 실효없다” 한탄/“김 당선자 외화차입 적극 나서라” 주문도원화환율이 달러당 2천원대에 바짝 접근하면서 국가부도위기가 다시 팽배해지고 있다. 금융계에는 정부가 이미 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과 50%규모의 채무상환계획 재조정(리스케쥴링)에 나섰다는, 다시말해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를 협의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원화환율이 개장초 폭등세를 보이며 2천원대에 바짝 다가서자 대부분의 딜러들은 『환율수준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며 체념하는 분위기. 현재 원화환율이 정상적인 수급상의 문제라기보다 외화유동성의 부족에서 촉발됐기 때문에 무엇보다 외화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 이날 환율은 개장초 1천8백원(사자)­1천8백50원(팔자)에 시작돼 1천8백50원에 첫거래가 형성된 후 곧바로 1천9백원―1천9백50원으로 급상승. 오전중 한때 1천9백95원까지 상승해 심리적인 저지선인 2천원대 돌파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기도 했으나 다시 소폭 하락한 1천9백60원대에서 주로 거래가 이루어지다 1천9백58원에 상오 장을 마감. 환율이 전날보다 2백원이상 급등하는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자 각 시중은행들은 대고객매매기준율 고시를 미루다 상오 10시이후 고객매입율(환율)기준으로 달러당 2천50원대로 고시. 고객들은 변동폭제한 폐지 이후 대고객매매기준율이 은행별로 달러당 20∼30원이상 큰 폭의 차이를 보이자 보다 유리한 은행을 찾기 위해 수시로 매매기준율을 문의하기도. 시중은행 외환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며 『정부가 한시바삐 IMF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추가로 외화자금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 ○…은행들은 재경원이 만기상환 외화부채에 대해 50%만 상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당 자기자본의 5%까지로 되어 있는 외화유동성 보유 한도까지 확보하겠다고 나서 환율 상승의 또다른 압력으로 작용. 그동안 한은 지원때문에 자체 수요를 위해 외환시장에서의 매입은 삼가해왔던 은행들마저 외환시장에 덤벼들기 시작해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연말 수출입 결제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부족한 외화자금의 50%만 지원하겠다는 발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 또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도 『23일 환율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환당국이 은행들의 외화자금 만기도래분에 대해 50%만 지원해 주겠다고 밝힌 때문』이라며 『정부 당국자들이 은행의 실상을 너무나 모르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 ○…시중은행 외환관계자들은 『정부가 은행들의 해외차입에 대해 보증을 서 주겠다고 했으나 정부의 신용등급이 이미 정크본드수준으로 떨어진 판국에 정부 보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정부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전에 이러한 조치가 나왔어야 했다고 정부의 정책 실기에 대해 다시 한번 성토. 금융권의 한 외환전문가는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신용평가등급 하향조정으로 외화부채의 만기연장이 거의 불가능하게 돼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 한편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에 지원해 주는 오버나잇자금에 적용하던 리보+8%의 벌칙성금리를 지난 22일부터 2%포인트 추가 인상, 리보(5.6%)+10%를 적용함에 따라 은행들의 달러자금 조달비용이 15%대로 크게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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