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한국과 홍콩, 두장의 사진

권홍우(정경부 기자)지난 3월24일. 홍콩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안손찬(陳方安生) 정무사 사장의 임기가 연장됐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홍콩 현지내각의 총리격인 그녀는 그만큼 국민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 58세의 여성 정치인. 내년초 정년을 앞두고 있었다. 2년반을 더 일해달라는 둥치화 수반의 부탁을 그녀가 수락했다는 소식에 홍콩 신문들은 5~6개 지면을 특집으로 할애했다. 모든 신문의 1면이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같은 날. 한국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웃음」이 현지 신문에 실렸다. 그런데 모양새가 희한한 웃음이었다. 미소를 지을 때 눈썹이 자연스런 각도를 짓도록 연습하려고 검지 손가락을 눈썹 위에 올린 모습이 로이터통신을 타고 전해 온 것이다. 얼핏 봐서는 웃는 건지 찡그린 건지 알 수 없다. 사진설명에는 「한국 공무원들의 웃는 연습」이라고 되어 있었다. 장차관과 간부들의 「희한한 웃음」은 A4용지의 절반이 훨씬 넘는 크기로 홍콩신문에 실렸다고 한다. 한국과 홍콩 두나라의 경쟁력 차이가 웃음을 주제로 한 사진 두장 만으로 넉넉히 설명된다고 해석하면 너무 비약일까. 사회주의 체제로 편입된 지 2년을 맞는 홍콩은 아직 불안하다. 불황의 지속과 불법이민 유입 격증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시장은 여전히 홍콩을 중심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 홍콩의 장래를 불안하게 보는 외국금융기관은 없다. 안손찬 같은 웃음이 세계인을 끌어당기고 있는 셈이다. 잘 나가는 나라에는 예외없이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정치인이 있고 관료가 있다. 만약 한국에서 원로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예컨대 총리나 장관이 정년을 연장해 계속 일하겠다고 한다고 어떤 반응이 나올까.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질까 아니면 곤두박질할까. 또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정치를 믿을 수 있고 관리를 신뢰할 수 있는 홍콩시민들이 정말 부럽다. /홍콩에서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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