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고는 있지만 당초 의도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로존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양생명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15% 내린 1만750원으로 마감됐다.
동양생명은 전날 주가안정을 위해 225억원 규모의 자사주 200만주를 장내 매수를 통해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수합병(M&A)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주가가 급락하자 주가방어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M&A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 때 1만6,000원까지 올랐던 동양생명 주가는 지난 2일 9,930원까지 떨어졌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과 주당 미래현금흐름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회사가 그만큼 자사 주식에 대해 책임감과 성장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그러나 동양생명 주가에는 이 같은 약효가 반영되지 못했다. 물론 자사주 매입 소식에 장 초반 전날보다 1.35% 오르며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3% 넘게 떨어졌다.
사정은 셀트리온도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10일부터 오는 8월 9일까지 18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50만주를 장내 매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매도에 따른 주가 불안에 주가가 하락하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앞세워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셀트리온은 자사주 매입 공시 당일 5.12% 올랐지만 이날은 2.95% 떨어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48억원 규모의 자사주 43만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부광약품 역시 공시 후 나흘간 주가가 상승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다시 나흘간 빠지고 있다. 동양기전 역시 자사주 매입 효과를 크게 보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전반적인 증시 부진과 맞물려 있다. 국내 증시를 주도할 만한 상승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유럽발 리스크 부각으로 수급까지 쪼그라들다보니 자사주 매입 카드만으로는 주가 부양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주가 상승에 대한)자신감 외에도 해당 회사의 업황이나 펀더멘털, 주식시장 전반의 흐름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며 "자사주 매입 결정을 한 상장사들 대부분이 최근 개별 리스크로 크게 주가가 빠진 상황이고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져 매입 효과를 희석시킨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M&A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성장률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돼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에 대해 "성장 동력인 저축성보험 시장의 성장 둔화와 M&A 불확실성에 따른 판매채널 동요 가능성을 감안할 때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7월 이후 M&A 기대감에 투자한 기관의 누적매수 잔량이 250만주 남아 있어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은 힘들고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셀트리온 역시 공매도와 악성루머에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잦았다. 한 증권사의 제약 담당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상반기 바이오시밀러 임상 결과 발표와 국내 허가, 탄탄한 펀더멘탈 등의 모멘텀이 있지만, 최근 공매도를 비롯해 분식회계 루머 등 논란이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매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자사주 매입 발표 전 엿새 동안 단기간에 급등한 부담이 있어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