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자금 밀물 뜨거운 유럽

"디플레 탈출 기대" 3월 주식펀드 90억弗 유입… 통계 집계 후 최대치

QE로 기업 실적회복 뚜렷… 지난주에만 54억弗 순유입

'소프트패치' 우려 확산… 미국에선 108억弗 빠져

유럽증시 상승세 가속 전망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자금의 대서양을 건너 유럽 상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머니 무브'는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적 둔화)' 국면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유럽은 유로화 약세,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등에 힘입어 기업 실적의 회복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보제공 업체인 EPFR 자료를 인용해 지난주 유로존 주식 펀드에 유입된 달러 표시 자금이 22억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3월 들어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자금은 90억달러로 지난 199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주 유럽 주식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54억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미 주식 펀드에서는 108억달러가 순유출됐고 아시아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도 23억6,0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자금유출 규모가 전주의 15억4,000만달러보다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지난주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서는 6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투자가들이 미국·신흥국에서 돈을 빼내 유럽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EPFR의 캐머런 브란트 리서치 이사는 "미 투자가들이 자국 증시에서는 모든 수익을 짜냈다고 보고 있다"며 "유럽은 선진국 시장 가운데 명백한 대안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미 주식 펀드에서 터졌던 '대박'이 유럽에서 또 한번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대표지수인 유로 Stoxx600지수가 올 들어 약 16% 상승한 반면 뉴욕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에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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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럽 경제는 그리스의 불확실성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ECB의 돈 풀기에 힘입어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3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54.1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식량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1월 0.6%에서 2월 0.7%로 오르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줄고 있다. 특히 올해 말에는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와 같아지는 '패리티(parity)'가 발생하면서 유럽 기업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반면 미국 경제는 달러화 강세, 글로벌 경제 부진의 역풍을 만나면서 회복세가 다소 주춤한 실정이다. 27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2.2%(연율 기준)를 기록하면서 올 1·4분기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경고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JP모건체이스는 올 1·4분기 전망치를 기존의 1.5%에서 1.0%로 낮췄고 모건스탠리도 1.2%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미국 자금의 유럽행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3%의 펀드매니저들이 올해 유럽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이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일한 걸림돌은 환차손 우려다. 실제 유로 Stoxx지수의 올해 상승폭은 달러화 기준으로 4%에 불과하다. FT는 "ECB 양적완화의 효과나 유럽 경제 회복세에 의문이 제기되면 투자심리도 뒤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투자가들은 2013년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주가급등이 유로화 약세에 따른 손실을 막아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UBS의 닉 넬슨 주식전략가는 "유럽 증시의 수익률은 지난 7년간 미국을 밑돌았고 달러 기준으로 거의 40%가량 저평가돼 있다"며 "유럽의 경제지표, 유로 약세, 낮은 에너지 가격 등 모든 투자여건이 미국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증시의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투자가들 역시 헤지 상품에 투자하면 유로화 약세를 방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최대 유로존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로 헤지 기능을 갖춘 블랙록의 위즈덤트리에는 올 들어서만 97억달러가 유입됐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최근 통화 헤지 ETF 상품 3개를 내놓았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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