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술로 곱게 수놓은 고향 마을

대전 중촌동 '물 뜨는 곡예사'… 경산 돼지골목 '생선과 고양이'…<br>문화부, 전국 15개 지역에 24억 투입 '마을 미술 프로젝트' 완성

충북 괴산 동부리 마을.

경북 경산 서상동 돼지골목 설치작품.

대전시 중구 중촌동 '한밭에 핀 꽃밭'.

전북 남원 사매면 창고 벽화.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진벌리 마을.

#성냥갑 같은 대전광역시 중구 중촌동 아파트 앞에 삐죽 솟아있던 대형 굴뚝 꼭대기에 커다란 수도꼭지가 달렸다. 멀리서는 수도꼭지 아래로 길게 드리운 철사들이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보인다. 사다리에 매달린 사람은 손잡이가 긴 바가지로 그 물을 받으려 하고 있다. 작품 제목은 '물 뜨는 곡예사'. 설치작가 김종한, 이정섭 등이 물의 소중함을 재치 있게 표현한 이 굴뚝은 지역 명물이 됐다. #경북 경산시 서상동 돼지골목. 상권이 사라져 우범지역이 된 이곳의 홍등을 유영진 등 작가들이 LED 조명의 별자리 간판으로 바꾸었다. 평범한 벽돌집 벽면에 매달린 굴비와 이를 향해 뛰어오르려는 고양이를 표현한 작품 '생선과 고양이'는 행인들도 웃게 만들고, 낡은 이층집 흰 벽면에 나뭇가지와 까치를 형상화한 '별을 먹고 자라는 경산까치'는 부모의 자식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전북 남원 사매면 옛 서도역 주변. 대로변의 허름한 창고 7개가 벽화로 탈바꿈했다. 특히 샌드위치 판넬벽의 굴곡을 책으로 표현해 '혼불' 10권을 그려넣어 창고가 마치 거대한 책꽂이처럼 보인다. 농협 창고의 쟁기질 하는 소(牛) 그림은 주변의 가마니와 정겹게 어울리고 정미소 창고의 새(鳥) 그림은 참새처럼 손님이 많으라는 기원도 담고 있다. 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은 이처럼 달라진 마을 풍경에 놀랐을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2010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ㆍ(사)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한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1년간 공들인 결과물이 최근 완성됐다.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해 불황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 예술인들의 일자리 마련과 문화소외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전국 15개 지역에 국비 15억원에 지방비가 더해진 매칭펀드를 조성해 총 24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예술가 1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낳았다. 지역의 역사ㆍ문화를 콘텐츠로 스토리텔링을 엮어가는 '테마이야기'로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갈목리에 도깨비 테마공원이 조성됐고 전북 군산시 장미동에는 지역 근대사를 주제로 예술쉼터가 마련됐다. 재활용을 통한 환경친화 공공미술프로젝트로는 경기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 강원 철원군 김화읍 구김화교, 영월군 김삿갓면 진벌리에 문화공간이 조성됐다. 주민 참여를 유도해 마을의 공동 생활공간을 꾸미는 '우리동네 문화소동'으로 경기 안산시 원곡동의 다문화 쉼터를 비롯해 강원 태백 동점동, 충북 괴산 동부리, 대전 중촌동, 전북 남원 서도 혼불마을, 전남 신안 김환기 예술섬(島), 경북 경산 서상동, 울산 야음동, 제주시 이도2동과 서울 마포 성산동 도서관까지 10군데가 새단장했다. 김춘옥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장은 "앞으로 설치된 공공미술품을 관리ㆍ보존하기 위한 '작품 병원'도 마련해 주민 참여형 공공미술을 확산시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