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끊임없이 다듬어야 관객 사랑 오래가죠

대형 창작 뮤지컬 '그날들' 연출 장유정씨<br>배우들 10시 출근 10시 퇴근… 1주만에 대사 외우고 맹연습<br>완성도 높아지고 감동 커져<br>김광석 노래는 흥행 원동력

장유정

대형 창작 뮤지컬 '그날들'. 개막 전 예매 순위 1위에 오르더니 월간 랭킹으로는 '레미제라블'에 이어 2위를 지키는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열린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는 올해의 창작 뮤지컬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공연 시장에서 창작 뮤지컬, 그것도 대형 창작 뮤지컬로 승부수를 던진 화제의 주인공 장유정(37ㆍ사진) 연출을 만났다. 그는 "이게 바로 관객의 힘"이라고 말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장 연출은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등의 극작과 연출을 도맡으며 창작 뮤지컬 성공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다. 이번에 약 5년 만에 대형 창작 뮤지컬 '그날들'을 선보이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고(故) 김광석이 남긴 곡들이 뮤지컬 넘버로 활용된 뮤지컬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1992년과 2012년을 오가며 그 동안 숨겨졌던 의혹과 오해가 사건 진행과 함께 하나 둘씩 풀려 나간다. 유료객석점유율 80% 달성이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올 상반기 뮤지컬 시장에서 '꼭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창작 뮤지컬인데다 초연인 '그날들'이 이렇듯 흥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김광석 노래만이 갖고 있는 힘, 그리고 김광석에 대한 우리들의 그리움이 '그날들'을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또 열심히 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보려는 출연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이라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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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본이 완성된 1월말부터 배우들은 '10 to 10(10시 출근, 10시 퇴근)' 시스템에 돌입했다. 1주일 만에 대사를 다 외우고, 수십 명의 모니터 요원 앞에서 수도 없이 연습했다고 한다. "초연작이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를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어요. 그래서 모니터 요원들을 활용했지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니터로 참여, 객관식 질문지(배우의 연기, 노래, 장면 연결의 자연스러움 등)에 일일이 체크하면서 전체 만족도를 수치적으로 높이려고 노력했어요."

김광석의 곡들로 꾸려진 작품인 만큼 장 연출이 특별히 애착을 갖는 곡은 없었을까. 그는 '불행아'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었고, 공연 제목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이 곡에 대한 애착이 컸다고 한다. 당초 주인공 정학이 군대에 끌려 가는 장면에 넣으려고 했지만 대표적인 히트곡 '이등병의 편지' 사이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연출가 선배들이 좀더 유명하고 극적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노래를 고르라고 조언하셨어요. '이등병의 편지'는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지만 작위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적 설득력을 위해서는 '불행아'를 넣어야 했지만 관객들의 감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었지요. 결국 '이등병의 편지'를 선택했습니다."

선택에 후회는 없느냐는 질문에 장 연출은 "유명한 연출가가 쓴 글에 '작가가 처음에 생각한 틀이 있는데 대부분 그 틀에 사로잡힌다.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는 말이 있다"며 "작가의 씨앗은 흙 속에 뿌려서 튼튼한 뿌리가 되어야지 그것이 열매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이번에 얻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의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그는 대뜸 우동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서 유명한 우동집에 갔는데 그릇에 면과 국물밖에 없더군요. 다소 실망을 하고 먹는데, 국물 맛이 너무 훌륭했어요. 오랜 세월 시행착오 속에서 지금의 국물 맛이 완성된 거라고 생각하니 감동이 더 크더군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다듬으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런 노력만이 많은 사람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60대인 저희 어머니도, 18살인 조카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그게 공연을 만드는 제가 할 일인 것 같습니다."

한편 오는 30일 막을 내리는 뮤지컬 '그날들'은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7월 5일 대전을 시작으로 대구, 수원, 부산, 안산, 울산, 제주 지역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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