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베발 환율전쟁에 소총으로 맞설 수야

이른바 '윤전기 아베'발 환율전쟁의 먹구름이 짙어졌다.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 정책에 원화가치가 속절없이 오르면서(환율하락) 수출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21~22일 개최하는 통화정책회의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폭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일본은행의 행보에 이례적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엔저 정책의 강도와 그 파장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윤전기를 마구 돌려 무제한 엔화를 찍어내라는 아베 신조 총리의 요구를 실행에 옮긴다면 글로벌 환율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유럽 주요국의 재무당국과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일본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예사롭지 않다.


일본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어떤 형태로든 엔저 정책을 강하게 밀고나간다는 점이다. 일단 물가상승 억제선을 연간 1%에서 2%로 상향 조정하는 신통화 정책 채택이 유력하다. 만약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기한, 무제한 돈을 찍어 국채를 사들인다면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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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돈 풀기 정책은 30년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그로 인한 엔저 파장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그러지 않아도 원화가치 상승 속도는 지나치게 가파른 상황이다. 원화가치는 지난주 말 100엔당 1,173원에 마감했다. 1년 단위로 보면 26%나 치솟았다. 일본이 급진적 엔저 정책을 취한다면 원화가치가 100엔당 95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해외 주요국의 통화ㆍ환율 정책 기조를 본다면 원고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추세적으로 굳어질 공산도 크다. 기업으로서는 원고 장기화에 대비해 원가 절감과 시장 다변화 같은 체질개선 노력에 만전을 기해야겠지만 해외발 원고 압력이 가중될 경우 적기에 적절한 정책 대응에 나서는 것도 긴요하다.

외환당국은 최근 전운이 감돌고 있는 글로벌 환율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하나 아직까지 구두개입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엔저 가속화 정책을 동원한다면 준비된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즉각 가동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환율전쟁에서 대포를 쏘는데도 소총으로 맞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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